[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내버려 둬도 주저앉을 집.”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가 눈감은 지난 3월 조선일보 르포기사의 한 대목이다. 이런 집에서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는 75년을 살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죽으면 이 집을 “기념관같은 성역(聖域)으로 만들지 말고 헐어버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개발을 기다리는 이웃을 배려한 유언이었다. 그의 유언대로 됐는지, 여론을 따라 보존으로 가닥이 잡혔는지 궁금해진다.
포항에도 ‘내버려 둬도 무너질 건물’이 하나 있다. 엣 청와대를 본떠 만든 드라마 세트장이다. 리콴유의 ‘옥슬리 집’처럼 무너질듯 초라하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에 자리한 이 건물은 재난위험시설 E등급이다. 지난 2013년 15억원을 들여 지은 뒤 ‘불꽃속으로’가 촬영됐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재조명한 작품이다. 그 뒤로는 이렇다 할 사용 실적이 없다. 지은지 2년밖에 안 되는데도 붕괴 직전이다. 드라마 한 편 찍으려고 15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은 꼴이다.
무너질듯 초라하기만 해도 보존하려는 집과 드라마 촬영 한번 하고 용도 폐기(廢棄)돼버린 건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똑같이 머잖아 무너질 집들이지만 한쪽은 75년 세월을 견딘 ‘고옥(古屋)’이고 다른 쪽은 2년밖에 안 된 ‘새 건물’이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고옥’은 아직도 보존할 여지가 있다는데, 포항의 세트장 건물은 무너질 때나 기다리는 신세다. 이렇게 대비되는 건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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