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사석
  • 정재모
양지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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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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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삼국유사 제4권 의해(義解) 편은 신라 고승들의 행적 14편을 담고 있다. ‘양지가 석장을 부리다’는 뜻의 양지사석(良志使錫) 조도 여기에 실려 있다. 선덕여왕 때의 양지 스님은 신통력을 지니고 있었다. 석장(錫杖;승려의 지팡이) 위에 포대를 걸어두면 저절로 시주할 집에 날아 가 흔들리며 목탁소리를 냈다. 이에 사람들이 시주 곡식을 담아주었는데 포대가 차면 석장은 또 날아서 절로 귀환했다. 그래서 그가 있던 절을 석장사라 했다. 지금 경주 동국대학교 뒤편 금장리 석장마을 산 속에 그 절터가 있다.
 양지는 도술만 부릴 줄 아는 게 아니라 서예 조각 기와공예 같은 손재주에도 뛰어난 예능인이었다. ‘유럽에 미켈란제로가 있다면 신라엔 양지가 있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영묘사 장육삼존상과 천왕상, 전탑의 기와, 천왕사탑 하단의 팔부신장(사천왕사녹유소조상), 법림사의 주불 삼존과 좌우 금강신 같이 꽤 이름 난 불교 미술품들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또 영묘사와 법림사의 편액도 썼다. 벽돌을 조각해 작은 탑을 만들고, 삼천불(三千佛)을 만들어 사찰의 탑에 봉안기도 했다고 한다.

 ‘오다 오다 오다/ 오다 서럽더라/ 서럽다 우리들이여/ 공덕 닦으러 오다’(양주동 해독). 풍요(風謠)로 더 잘 알려진 4구체 신라향가 양지사석가도 양지 스님이 영묘사 장육존상을 만들 때 나라 안 사람들이 다투어 진흙을 운반하며 불렀다는 민요다. 굳이 현대역으로 하면 ‘왔도다 왔도다 인생은 서러워라 서러워라 우리들은 공덕 닦으러 왔네’ 쯤 될 거라고 한다. 공덕을 닦으려는 마음으로 기나긴 울력 행렬을 지으면서 내세기복(來世祈福)을 염원한 신라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신라고찰 사천왕사에서 출토된 유물 특별 기획전 ‘양지사석’이 지난 22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개막돼 오는 연말까지 열린다고 한다. 양지 스님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사천왕사 출토 녹유신장벽전(신장 상을 새겨 넣고 녹색 유약을 바른 벽돌)을 비롯하여 사천왕사 창건 당시의 기와 및 전돌, 석장사 출토유물 등이 선을 보인다는 거다. 지금으로부터 730여 년 전에 저술된 삼국유사를 통해 알게 된, 1300여 년 전의 한 승장(僧匠)의 숨결과 예술혼을 느끼면서 그와 무언의 대화를 나눠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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