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주먹 맞은 감투 신세’라거니 ‘주먹 맞은 망건(網巾) 꼴’이라고 한다. 송기숙의‘녹두장군’에 용례가 나온다. “만당간에 이 일이 정읍 쪽에 알려져 파혼이 되는 날에는 우리 집안은 그것으로 끝장일세. 명색 감역이라고 큰기침하던 내 몰골도 주먹 맞은 망건 꼴이 되겠지만, 따지고보면 그것은 둘째고, 그때부터 내 재산은 저자들 재산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질세.”
맞은 것이 ‘감투’냐 ‘망건’이냐 하는 차이가 있지만 그게 그리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행세 좀 하고 체면치레를 중시하는 사람이 쓰는 게 감투고, 망건이 아니던가. 그 감투가 주먹을 맞았으니 볼품없게 되었을 것은 빤한 일이다. 그렇고 보니 ‘아주 쭈그러져 다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태’라는 사전의 뜻풀이에 또한번 눈길이 간다.
지난 5월엔 새벽운동 나온 70노인이 19살 젊은이에게 뭇매를 맞은 일이 있다. 상처는 전치 4주라고 했다. 젊은이는 폭행에 그치지 않고 노인의 무릎을 꿇리고는 큰절까지 올리도록 했다고 한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는 젊은이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보도됐다. 춘천에선 초등학교 여교장이 교사들을 폭행해 해임되기도 했다. 주먹뺨을 맞았든 발길질을 당했든 매맞을 일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매를 맞고 있으니 주먹엔 눈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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