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태세문단세’
  • 정재모
‘태정태세문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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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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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중고등학교의 검정 역사교과서 내용이 이념적으로 너무 심하게 좌편향되었다는 사회적 시각에서 정부의 국정화 추진은 출발했다. 이를 둘러싼 좌우 진영 간 대립은 이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며칠 새 여야 간의 거친 말싸움이 그렇다. 국정교과서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이념을 수호하는 데에 좋은 건지, 검인정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하느냐는 항의가 더 정당한 건지, 사실 보통의 국민들은 판단할 능력이 없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한한 문외한인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한마디씩 보태도 좋을 일이 생겼다. 침 튀기며 마주보고 싸우는 양측의 한쪽 진영 향도(嚮導)격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 사안을 두고 행한 언급이다. 그는 “태정태세문단세 외우는 식으로 조선 역대 왕의 순서를 다 외우고 연도를 외우는 것이 생활에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며 “(국정화는)우리 아이들이 그런 일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에서 중고생 어머니 10여 명을 만나 국정교과서의 폐해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국정 한 권에서 문제를 내다보면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외워야 하는 수고를 학생들에게 안겨주게 된다는 말로, 어머니들의 자식 공부부담에 대한 안쓰러움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태정태세문단세’를 외우는 공부를 시켜선 안 되는 걸까. 역사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은 암기가 기본일 수밖에 없다. 실용주의 교육이 아무리 암기위주의 학습을 몹쓸 공부 방법으로 본다지만 기본적으로 암기를 하지 않고는 교육목적이나 학업목표가 달성될 수가 없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유명한 말이 아니더라도 태정태세도 외우고 태혜정광경성목(고려초기 왕조)도 외울 때 역사의 맥락에 대한 이해가 정립되고 기초가 다져지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말이었겠지만 문 대표의 발언은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사실(fact)을 외우지 않고, 그저 문제를 대했을 때 지문만 읽고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만 하도록 가르치자는 말일까. 그렇더라도 사실에 대한 암기는 역사적 가치판단이나 정의(正義)의 선택문제에 앞서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어린 학생들의 공부에까지 스며든다면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딘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야당 대표의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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