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56%의 ‘10억원 생각’
  • 김호수
고교생 56%의 ‘10억원 생각’
  • 김호수
  • 승인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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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호수] 우리나라 고등학생 절반가량은 ‘10억 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은 지난 2013년 10월이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가 2013년 6월부터 전국 초·중·고등학생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월 10일 공개한 ‘2013년 청소년 정직지수 조사 결과’에서 고등학생 응답자의 47%가 이렇게 응답했다. 유효 응답자 1만172명 가운데 초등학생 3086명, 중학생 3520명, 고등학생 3566명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같은 질문을 전국 초·중·고등학생 1만1000명에게 던졌다. 그 결과 고교생의 절반 이상인 ‘56%’가 ‘10억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2년 사이에 똑같은 응답을 한 고교생이 9%나 늘었다. 이에 앞서 2012년 같은 조사에서 같은 결과가 고교생의 44%에게서 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옥살이도 괜찮다’는 학생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가다간 10년 후 고교생의 80~90%가 10억원과 옥살이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소름이 끼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어떨까. 흥사단 조사 결과 ‘10억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대답한 비율이 초등학생 17%, 중학생 39%다. 2013년에는 초등학생 16%, 중학생 33%이 ‘감옥에 갈수 있다’고 대답했다. 학년이 오를수록 ‘감옥’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교생들에게 ‘10억원’은 어떤 의미일까? 고교생이라면 16~19세의 나이를 말한다. 이들 나이의 학생들이 10억원이 생기는 대신 감옥에 갔다오면 앞날은 어떻게 될까? 10억원으로 이들의 팔자가 늘어지고 평생 돈 걱정 없이 잘 살수 있을까?.
 10대의 고교생에게 ‘10억원’은 어마어마한 돈일 게다.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컴퓨터, 스마트폰을 최고급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10억원’은 실제 그렇게 많은 돈이 아니다. 집도 사고, 차도 살 정도의 큰돈이 아니다. 10대에 생긴 10억원으로 평생을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 생각은 끔찍하기만 하다.
 고교생이 10억원이 생기는 대가로 감옥에 갔다고 치자. 징역 1~2년을 살고 나오면 우선 주변부터 싸늘할 것이다. ‘전과자’라는 멍에가 씌워진다. 부모들은 ‘10억원’ 받기로하고 감옥살이하는 자식 때문에 가슴에 피멍이 들게 마련이다. 자식이 출소할 때까지 밤잠 못 이루고 음식은 목에 걸려 체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전과자가 공무원으로 취직하려면 일정기간이 지나야 한다. 결국 10억원으로 자유업을 선택해야 한다. 치킨집이나 커피점, 피자가게를 내는 게 손쉽다. 그러나 치킨집, 피자가게를 열어 1년을 버티면 다행이다.
 10억원을 은행에 맡겨봐야 이자는 쥐꼬리다. 정기예금하면 이율이 연 1.5% 안팍이다. 10억원이면 연 이자는 세금 빼고 1500만원 정도다. 이 돈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 월 100만원이 약간 넘는다. 이 돈으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을 엄두가 날까? 밤잠이 멀리 달아나게 만드는 사고방식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고교생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썩어도 몹시 썩었다는 증거다.
 흥사단 조사에서 ‘이웃의 어려움과 관계없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질문에는 초등학생 19%, 중학생 27%, 고등학생 3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물들고 있다는 산 증거다.
 흥사단 측은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하면서 청소년의 윤리의식도 침몰하고 있다. 정직과 윤리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장려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사단 조사로 우리 청소년의 도덕지수를 파악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왜 이런 조사로 우리 자식들에게 실망을 갖게 만들었는지 원망스럽다. 그놈의 10억원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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