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설 (三丈雪)
  • 김용언
삼장설 (三丈雪)
  • 김용언
  • 승인 201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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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옛날 어느 곳에 날씨를 기가막히게 잘 맞추는 사람이 살았다. 그의 일기예보 능력은 고슴도치를 관찰하는데서 나온 것이었다고 한다. 고슴도치는 굴을 여러 곳으로 뚫는다. 뚫린 구멍으로는 바람이 들어오게 마련이다. 바람구멍을 막으면 안온한 피난처가 된다. 미물의 생존술을 눈여겨 본 사람은 능력있는 일기예보가로 대접 받게 된다.
 삼장설(三丈雪)은 세 길이나 쌓인 눈이다. 한 길은 여덟 자나 열 자이니 ‘열 길 물속’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알만하다. 허풍 떨기 좋아 삼장설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이런 눈이 내렸다가는 난리가 나고 말 일이다. 백발(白髮)삼천장이라는 너스레가 통하는 나라에서나 씀직한 과장법일 것 같다. 어쨌건 그만큼 눈이 많이 내렸다는 소리로 알아들으면 될 일이다.

 지난 18일부터 울릉도에 폭설이 내렸다. 많이 내린 곳은 140㎝가 넘기도 하는 모양이다. 본래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다 보니 심드렁하게 넘기는 사람도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바다 뱃길이 8일씩이나 끊기기는 드문 일이다. 재작년 12월에 7일간 발이 묶인 일이 있으니 신기록이 세워진 셈이다. 제트기류가  본연의 사명을 깨달은 것인지 한반도를 뒤흔들던 악천후가 멈췄다. 뱃길이 이어지자 포항 여관방에서 군정(郡政)을 지휘하던 최수일 군수를 비롯한 울릉도 주민 1000여명이 ‘집으로’ 돌아갔다.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은 잠시.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삼장설 치우기가 가장 먼저 한 일 이었을 게다.
 2014년 2월 경주에서는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져 내려 인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빚어졌다. 지붕에 쌓인 눈무게가  사고의 원인이었다. 올해부터는 지붕의 눈까지 치워야하는 건물이 늘어났다. 마우나리조트 학습효과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미물의 본능을 따르지 못한다. 겸손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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