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당 대 당 통합과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통합 정당의 이름은 다시 민주당이 됐다.
정당 구도만 놓고 보면 제17대 대선은 2002년 16대 대선 때의 한나라당 대 민주당 간 대결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5년 전에는 새천년민주당이었고 이번에는 통합민주당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물과 후보는 대동소이하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에도 정동영 후보와 이인제 후보가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했었다. 다만 그 때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회창씨가 이번에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나왔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제외하고 이회창, 정동영, 이인제 후보는 모두 2002년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왔던 인물들이다.
새천년민주당으로 집권에 성공한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으로 쪼개진 뒤 돌고 돌아 4년 만에 다시 통합민주당으로 회귀한 셈이다.
이른바 범여권은 그 동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갈라진 뒤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 등으로 헤쳐모여를 거듭한 끝에 민주당이란 당명으로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4년 동안 열린우리당은 집권당으로, 민주당은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하는 소수 야당으로 서로 등을 돌린 채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지내다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명분으로 의기투합해 합당을 선언한 것이다. 두 당이 합당하면 의석은 148석이 된다.
최근 대선 판을 보노라면 실망과 서글픔을 금할 길이 없다.
의석이 100석이 넘는 거대 정당이 국민을 보고 대의와 정도에 따라 정치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여론조사결과에만 매달린 나머지 국민 지지율이 낮으면 이를 억지로 높이기 위한 합종연횡과 세불리기를 능사로 삼고 있다.
대선 판을 여론조사 결과가 좌지우지 하는 꼴이다. 정치가 여론을 선도하기는커녕 여론조사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다.
창당 정신도, 이념도, 정강정책과 당헌 당규도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정당 정치와 정책 대결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집권과 차기 총선에만 매달리는 모습이다.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하면 되는 것인데도 대선 판에 웬 후보 단일화가 그렇게 춤을 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또 단일화를 한 번만 하는 것도 아니고 1차, 2차로 한다니 그런 단일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회창 후보의 경우에도 상황에 따라 대선 막판에 이명박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열어 놓았다.
대선에 출마했으면 국민에게 정당한 심판을 받고 그에 따라 정치적 진퇴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여차하면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니 후보 단일화가 집권을 위한 만능 묘책이나 되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국민은 여론조사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원칙과 정도에 따라 정치하는 후보와 지도자를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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