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여야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여야가 대치중인 사학법개정과 관련,`여당의 대승적 양보’를 권고했다. 대신 야당에게는 3·30 부동산 후속입법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대통령으로서 균형있는 국정운영과 여야간 타협을 통한 원만한 정국운영을 위한 심사숙고의 결단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괴하게도 야당이 노 대통령 권고를 환영한 반면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충고를 거부했다. 노 대통령 권고가 나오자마자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통령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최소한 며칠간의 내부논의와 고민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이래서야 국정운영은 물론 정국의 앞날을 어찌 예측하겠는가.
사학법은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강행처리하자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으로 맞서온 정국현안이다. 한나라당이 국회에 복귀하면서 여야는 사학법개정에 합의했다. 그 당사자가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다. 그런데 그가 소집한 의총에서 야당과의 합의를 뒤집은 것은 물론 급기야 대통령 의견까지 묵살한 것이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야당에게 국정운영에 협조하라고 요구할지 궁금하다.
열린우리당의 경직된 자세로 사학법개정은 물론 국회운영 전반이 장애에 봉착하게 됐다. 노 대통령이 위기감을 표시한 경제회생 대책과, 참여정부가 강조하는 3·30 부동산 후속대책도 제대로 수립될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그 책임은 이제 야당에서 여당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것이다.
열린우리당에게는 치솟는 국제유가와 추락하는 환율 등으로 벼랑끝으로 내몰린 경제, 그리고 정부 대책을 능멸하며 치솟는 집값을 잡는 것 보다 사학법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물론 야당도 국정운영에 협조하는 게 옳다. 그러나 여당의 솔선없이 야당의 양보를 강요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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