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의혹을 반박하자, 여야 정치인들이 앞다퉈 미국의 조지 레이코프교수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거론하며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프레임’이라는 관점에서 김씨의 반박이 패착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김씨가 ‘판도라 상자’를 여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누구라도 그런 이야기(룸살롱에서 쥴리라는 이름으로 일했었다는 것)는 정치판에서 하기 어렵고 언론도 그런 문제를 활자화하기가 어렵다”면서 “본인 입으로 물꼬를 터버렸으니, 이제 진위여부에 대해서 국민들이 집요하게 검증을 하려고 들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그 문제는 응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닌데 너무 일찍 객관화, 일반화해서 과연 윤 전 총장한테 무슨 득이 되겠느냐”면서 “그런 문제는 상대 정치인이 거론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즉, SNS나 옐로 페이퍼나 이런 데서나 거론될 문제를 정식으로 언급해 지면에 거론되게 만들었으니 상당히 극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미국 조지 레이코프교수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거론하며 김 씨의 실책을 지적했다. 인지언어학자인 레이코프 교수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Don‘t think of an elephant!)”는 대표적인 선거 프레임 관련 책이다. 이 책에서 레이코프 교수는 미국 내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를 비교하고 있는데, 제목에 나오는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을 상징한다.
정 의원은 “제가 갑철숩니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지난 대선 때 안철수의 이런 바보같은 토론방식은 프레임 전쟁에서 대패를 자초한 것이다. TV토론의 하책 중의 하책이었다”며 “윤석열 씨의 부인이 쥴리를 언급했다. 이 역시 대응책치고는 하책 중의 하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여야 정치인들이 지적한 대로 과연 실책일까? 우선 홍 의원의 지적처럼 정치판에서 누구도 ‘쥴리’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는 이야기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 발상이라는 점이다. 20002년 병풍사건과 기양건설 비자금 수수 사건 등에서 보듯 없는 사건도 만들어내는게 대선이다. 만약 윤 전 총장이 보수 측의 대선 후보가 되어도 여당 등에서 ‘쥴리’문제를 공격하지 않고 가만히 있고 정책 대결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SNS나 옐로 페이퍼 같은데서 거론될 문제를 정식으로 언급한 것을 문제삼은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에게는 SNS나 지면이나 모두 같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SNS는 안믿고, 언론 기사만 믿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미리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국민적 지지가 계속되면 향후 대선가도에 걸림돌이 사라지는 것이고, 국민적 지지가 사라진다면 보수는 새로운 인물을 대안으로 찾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즉, 플랜B를 가동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된다.
여야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이재명 경기지사를 끌어내리기 위해 맹공을 가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뇌리에는 이들 외에는 다른 후보들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윤석열과 이재명을 공격하면 할수록 윤석열과 이재명의 프레임에 갖히는 것이다. 결국 뒤쫒는 후보들 입장에서는 선두주자의 정책을 공격하려면 그들의 언어, 즉 프레임에 갖히게 된다.
더구나 계속 공격을 가하면 면역효과가 발생해 유권자는 갈수록 그 사안에 대해 무뎌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씨가 연 ‘판도라의 상자’가 꼭 자충수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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