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질문은 “뭐 먹을래?”… ‘결정장애’도 치료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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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질문은 “뭐 먹을래?”… ‘결정장애’도 치료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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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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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뭐 먹을래?”라는 말이 가장 무서운 김모씨(29). 그는 오늘도 20분간 메뉴판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저녁메뉴를 결정했다. 이날 아침에도 김씨는 청바지를 입을지 원피스를 입을지 거울 앞에서 1시간 넘게 고민하다 약속 장소로 갔다.

혼자서 방청소를 할 때도 청소기를 들었다 놨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낼때도 지웠다 말았다 반복하는 김씨는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괴로움을 느끼고 있다. ‘농담으로만 말하던 결정장애가 바로 이것인가’ 걱정하던 김씨는 결국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가 진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결정을 내리는 데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사람을 흔히 결정장애라고 부른다. 결정장애는 이름과 달리 질환이 아니며, 결정을 잘 하지못하는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 때문에 정식진단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정장애가 나타나는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엄격한 부모님 아래에서 성장한 경우 결정장애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고 분석했다. 특히 결정장애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로 기질(성격)과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질에 가장 큰 무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핵심인물은 부모님인데, 만일 엄격한 부모님 아래에서 성장한다면 초자아 중 도덕, 양심, 윤리 등이 차지하는 부분이 커진다.

이 때문에 무의식 한 켠에는 ‘잘못된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 ‘언제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고, 일상생활에서 아주 사소한 결정조차 내리지 못하고 눈치보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결정장애를 교정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다. 유년기에는 무의식 형성에 부모님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지만, 성인이 되면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친구, 동료, 연인 등 무의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기 쉬워지는데 이들과의 경험을 통해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김일빈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준점들에 대해서 가치부여를 많이 하고, 모든 상황에서 일장일단을 다 따져보기 때문에 하나를 결정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는 것”이라며 “자비롭고, 관대하고, 너그러운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이들과 결정을 내리는 상황을 많이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피자’와 ‘치킨’ 사이에서 망설이는 김씨에게 “피자를 먹어야한다” “나도 결정장애가 있어서 메뉴를 잘 못고르겠다. 너가 골라라”며 결정을 떠넘기거나 강요하는 것 보다는, “네가 어떤 음식을 골라도, 나는 다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다” “네가 고르는 거면 다 좋을 것 같아” 등의 말을 해주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본인과 상대방에게 손해나 위해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잘 해결될거야” “마음을 편하게 먹으렴” 등 피상적인 위로는 이들에게 전혀 도움이되지 않는다. 서로 결정을 못하는 사람끼리만 만나 깊은 교류를 하게될 경우 서로 결정을 떠미루다가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대체로 결정장애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서 일을 하고, 업무를 집으로 가져가는 등 워커홀릭(일중독) 성향이 많다”며 “스스로를 위해서도 ‘완벽함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건 있을 수 없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마음 속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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