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변호사 써야 三星 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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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변호사 써야 三星 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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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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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내부고발의 기능과 윤리
 
 복거일/소설가

 
 삼성 그룹의 비자금 부정 의혹은 내부자 고발로 밝혀졌다. 내부 고발의 충격이 유난히 컸다. 유출된 정보들이 워낙 많고 다양했으며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특별 검사까지 임명되었다. 삼성 그룹의 정상적 활동을 어렵게 만들 만큼 폭로의 충격은 크고 지속적이었다.
 내부 고발이 법무 책임자에 의해 이루어졌다. 조직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한 종업원이 오히려 그런 임무를 통해서 얻은 정보를 조직을 공격하는 데 쓴 것이다. 천주교 사제 단체가 내부 고발자를 지원했다. 원래 종교 단체가 세속에 간여하는 일이 드문데, 이번에는 고발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내부 고발이 정치적 활동의 특질을 짙게 띠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극좌파 정당이 `삼성공화국’에 대한 공격과 시위를 선거 운동의 핵심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삼성 그룹에 대한 좌파의 공격은 궁극적으로 우리 체제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에서 나온다. `삼성공화국’이란 말에는 삼성이 자원을 동원해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을 지배한다는 주장이 담겼고, 그 주장은 당연히 대한민국 체제와 정당성을 훼손한다. 실제로 이번 고발의 핵심은 삼성 그룹의 조직적이고 집요한 뇌물 공세로 검찰이 삼성의 영향 아래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 그룹은 대기업이며 재벌을 상징하므로, 재벌을 `악마화된 적(demonized enemy)’으로 삼아 세력을 늘려온 좌파가 유독 삼성을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은 이상하지 않다. `해방 신학’에 물든 천주교 사제 단체가 고발에 나선 터라, 내부 고발이 정치활동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애초 고발 수단으로 좌파 인쇄 매체들을 고른 것부터 정치적이다.
 삼성 그룹 `비리’를 고발한 김용철 씨는 삼성 그룹 법무 책임자였다. 그가 얻은 정보들은 직무에 종사하면서 얻은 것들이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을 스스로 폭로하고 고발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직무에 종사하면서 불법 행위들을 스스로 저질러 삼성 그룹의 잘못들을 늘렸다는 사실이다. 그런 불법 행위들을 수행한 대가로 엄청난 보수를 받았다. 그런 사정 때문에 그는 `정의를 추구하는 용감한 내부 고발자’라는 평판을 얻지 못하고 대신 비난과 냉소를 받았다.
 변호사가 직무 수행에서 얻은 의뢰인의 정보는 국가도 공개를 요구할 수 없다. 의사가 얻은 환자에 관한 정보나 사제가 신도의 고해를 통해 얻은 정보도 비슷한 특권을 누린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신뢰는 그만큼 중요하다. 김 씨는 변호사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저버린 셈이다. 의뢰인을 배신하고 의뢰인의 권리를 침해한 변호사들의 증언은 효력이 없도록 하는 것이 논리적일 터이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을 옹호하거나 변호하는 일은 달갑지 않다.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재벌은 아름답지 못하다. 혼란스럽고 부패한 사회에서 이루어진 대기업들이 깨끗한 역사를 가졌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기업들은 결코 정직한 회계 처리를 할 수 없었고 `비자금’이라 불리는 더러운 돈을 늘 마련해야만 했다. 삼성 그룹 잘못이 무엇이든, 그런 잘못들은 다른 재벌들도 크게든 적게든 저질렀을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고발한 삼성 그룹의 혐의들은 특별 검사가 조사하고 있으며 재판을 통해 밝혀지고 시정될 것이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내부 고발로 드러난 삼성 그룹의 자세가 실망스럽다는 점이다. 삼성 그룹은 우리 경제를 대표하고 세계적 명성을 얻은 기업이다. 그런 글로벌 기업은 법무 책임자에 당연히 회사법을, 그것도 선진국 회사법을, 전공한 변호사를 앉혔어야 했다. 그러나 삼성은 늘 중요한 사건들을 다룬 경험이 있는 전직 검찰 간부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 최고 경영자가 합리적 기업 지배 구조를 갖추고 투명하게 경영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법을 어기는 경우 검찰에 대한 `로비’로 대처하겠다는 태도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태도인가는 이번에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제는 우리 대기업들의 경영자들도 한 세대 전엔 나름으로 현실적이었던 그런 태도를 버리고 범지구적 기업에 맞는 태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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