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결과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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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총선결과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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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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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재/언론인
 
 말 많고 탈 많았던 제18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유권자들은 누구의 손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소위 `황금분할’의 구도가 성립됐다. 한나라당은 내심 기대했던 안정과반의석(168석) 획득에 실패했다. 민주당도 개헌저지선(100석) 달성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반면 이번 총선을 통해 `박근혜의 힘’은 여실히 증명됐다.
 자유선진당이 충청권을 기반으로 도약한 것이나 진보정당인 민노당이 나름의 목표를 달성한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한나라당에 대한 준엄한 경고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물론 한나라당은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여대야소(與大野小)의 새로운 정치지형도 마련됐다. 그러나 아무런 판단기준도 없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된 것이냐 잘못된 것이냐의 기준만으로 판단했던 17대 총선에 비해 조금도 낫지 못한 의석을 얻는데 그쳤다. 대선 때의 민심에 비하면 이는 질책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집권 초반의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시련이자 행운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은 안정 과반의석을 확보해 집권 초기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의 뜻은 할 일은 하되 오만하지 말라는 경고가 밑바닥에 새겨져 있다. 이른바 친이(親李)계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낙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좋게 해석하자면 일방 독주를 할 수도 있었던 집권여당에게 민심의 사나움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좋은 기회를 준 것이다.
 민주당은 제1당의 자리를 내준 것은 물론 목표 의석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의석을 확보했다. 이 또한 유권자들의 경고다. 과거 10년의 정권을 경험했던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총체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무능한 좌파’가 아닌 `실력을 갖춘 책임질 줄 아는 정당’이 돼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당장 선거후 당권 다툼이나 벌여서는 안된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자신들의 진정성을 알리고 국가를 위한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착실한 견제세력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표심이 참패를 모면토록 한 유권자의 진정한 뜻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누구도 범침하지 못할 대중적 정치인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친박연대와 친 박근혜계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은 예상은 했었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을 정도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역시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원칙의 정치인’으로서 어느 정도 상처를 입었다. 원칙 없는 공천에 대한 질타는 그 방향성에서는 옳았지만,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자신이 속한 정당에 이롭지 못한 행동을 한 것 또한 당의 대표와 대선경선 후보를 지낸 거물급 정치인의 처신으로는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 박 전 대표에게는 여당속 야당으로, 또 정국을 움직이는 핵심 캐스팅 보트로서의 역할이 맡겨져 있다.
 그 역할을 어떻게 해 내느냐에 따라 박 전 대표는 지금의 국민적 지지를 이어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판가름날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46%의 투표율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총선 사상 최저치일 뿐 아니라 전국 규모 지방선거의 최저투표율(2002년 48.9%)보다도 낮은 이번 투표율의 메시지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 이는 사실상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심판과 다를 바 없다. 자기 밥그릇 다툼이나 하는 파당정치, 후보 등록일이 돼서야 공천을 확정짓는,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하는 공허한 `국민을 위하는 정치’에 대한 꾸지람이다. 물론, 투표를 포기한 과반의 유권자들 또한 민주국가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성숙된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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