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전 이사장은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아테네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지금 한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 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며 “축구 팬들의 질타와 각계각층의 염려, 선후배 동료 축구인들의 갈등을 눈앞에서 지켜볼 때는 한없이 괴로웠다.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무능한 조직’ 축구협회의 아마추어 수준의 행정 민낯이 드러나자,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급기야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국회로 불려가 국회의원으로부터 따가운 질타를 받았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 감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에 축구협회의 개혁을 요구하면서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축구협회 노조도 성명을 내고 “무지하고 무능한 정 회장의 불출마 선언이 한국 축구 위기를 수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정 회장이 4선 도전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허 전 이사장이 내년 1월 8일 열리는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 공식 출마하는 첫 번째 후보가 됐다.
허 전 이사장은 선수 시절 104차례 A매치에 출전한 레전드 출신으로, 은퇴 후에는 국가대표 감독직도 맡았다. 특히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며 국내 지도자로는 유일하게 월드컵 16강행을 이뤄냈다.
2012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직을 끝으로 지도자 생활을 마친 허 전 이사장은 2013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2015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역임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 이사장을 지냈다.
허 전 이사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불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 그리고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축구협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한국 축구는 퇴보했다”고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허 전 이사장은 △열린 경영과 활발한 소통(동행) △시스템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 운영(공정) △지역협회의 항의성과 자율성 보장(균형) △체계적 지도자 육성과 선임 시스템 마련(투명) △축구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육성) 등 다섯 가지를 공약했다.
그는 “한국 축구는 지금, 이 순간만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저는 한국 축구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부으려 한다”며 “제가 가려는 이 길은 가시밭길이며 거대한 장벽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