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가 된 신부, 인간의 모든 쾌락 갈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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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가 된 신부, 인간의 모든 쾌락 갈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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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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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스타일 한국형 뱀파이어 이야기  
송강호·김옥빈 주연… 인간 본질에 대한 고민 
친구의 아내를 탐하는 신부`위험한 사랑’
육제적 욕구와 신앙심의 충돌 그린 영화

 
  `박쥐’는 현실과 환상, 피와 유머, 로맨스와 살인 등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을 조합한 영화다. 이종교배를 시도한 많은 영화가 어색함만 남기고 실패했지만, `뱀파이어 치정 멜로’라는 이상한 장르를 내세운 `박쥐’의 조합은 `박찬욱식 스타일’ 아래 묘한 조화를 이룬다.
 병원에서 일하는 신부 상현(송강호)은 해외에서 진행되는 백신 개발 실험에 자원했다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음에 이른다. 수혈 이후 기적적으로 소생한 상현은 흡혈귀가 되고 만다.
 귀국 이후, 그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신자들이 몰려오고, 그 사이에서 어린 시절 친구 강우(신하균)와 그의 아내 태주(김옥빈)를 만난다. 태주에게 정신없이 빠져든 상현은 강우를 죽이자는 태주의 꼬임에 넘어간다.
 영화는 일단 컬트적인 느낌을 강하게 안긴다. 가장 심각해야 할 순간에 느닷없이 웃기는가 하면, 언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할지 모른다. 툭 꺾이고, 피를 내뿜거나, 살을 훤히 드러내는 배우들의 몸은 영화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가장 큰 도구이자 소품이다.
 환상은 환상이라는 분위기를 감추고 관객의 현실 인식에 즉각적으로 내리꽂힌다.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소리를 내 기괴하게 웃는다. 의도적인 시선과 과장된 표정,몸짓을 활용한 연극적인 냄새도 종종 풍긴다.
 어둠 속에 터져 나오는 독특한 유머 감각은 `복수 3부작’보다 훨씬 더 나아갔다. “흡혈귀란 거 생각보다 귀엽네요”라는 태주의 대사 그대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성인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의 `치정(癡情)’에는 귀여운 구석이 많다.
 도덕에 발목 잡힌 남자와 순수한 욕망 덩어리인 여자의 만남은 딜레마를 만들지만, 그들 사이의 충돌은 끈적거릴망정 극악하지는 않다. 게다가 결론은 단순하고 명확하며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소품 하나 단순히 쓰지 않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쉬운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할 필요도 없다. 보고, 듣고, 웃고, 놀라면 만족할 영화다.
 이제까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好不好)는 분명히 갈려 왔다. 스크린을 흠뻑 적시는 피와 강하게 들이대는 도덕적 잣대를 보노라면 속이 시원해진다는 관객과 징그러워서 보기 어렵다는 관객이 동시에 나오지만 `그저 그랬다’는 미적지근한 반응은 거의 없다.
 잔인한 영화에 질색하는 관객들이 “모처럼 눈을 뜨고 봤다”고 평가했을 만큼 `온순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오히려 흥행에 실패했다.
 `박쥐’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영화평론가들은 박찬욱 감독이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열정적으로 평가하곤 하지만, 그의 영화는 평론가가 아니라 관객의 평가를 가장 목마르게 기다리는 영화다.
 청소년 관람 불가.
 


 
추천비디오   `렛 미 인’
 
 
 
세상과 격리된 소년-흡혈귀소녀의 애잔한 만남
 
 2008년 11월 국내에서 선보인 영화 `렛 미 인’은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면서 소년 소녀의 로맨스 영화고 한편으로는 타인에 대한 이질감과 교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계 영화팬들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스웨덴의 공포영화인데다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손 역시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지만 곳곳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시체스판타스틱영화제·예테보리영화제·트라이베카영화제·우드스탁영화제 등이 이 영화에 작품상을 주며 환호했으며 미국 영화 인터넷 사이트인 `IMDB’(인터넷 무비 데이터 베이스)의 네티즌들은 10점 만점에 8.5점의 높은 평점(1681명 참여)을 주기도 했다.
 온통 눈에 덮여 있는 스웨덴의 한 시골 마을. 11살 오스칼(카레 헤레브란트)은 못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외로운 소년이다.
 방 안에 틀여박혀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보던 어느날, 옆집에 이사오는 창백한 소녀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가 눈에 들어온다.
 눈 쌓인 아파트 공원에서의 첫 만남. 둘은 모두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를 두려워하는 성격이지만 차츰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그러던 중 이들 사이에는 설레는 감정이 싹튼다.
 하지만 이엘리가 온 뒤 마을에는 이상한 사건이 하나둘 벌어진다.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숨져 있는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고 늦은 밤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던 아저씨는 목에 이빨 자국이 남은 시체로 발견된다.
 이엘리가 용기를 북돋아준 덕에 오스칼은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에게 복수를 한다. 학교 생활은 한결 나아지지만 마을의 이상한 사건과 이엘리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하나씩 밝혀진다.
 이 마을을 공포로 몰아 넣은 뱀파이어는 바로 이엘리였다. 사람들에게 쫓기기 시작한 이엘리는 이제 마을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이고 오스칼은 다시 예전의 왕따로 돌아간다.
 학교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다시 괴롭힘을 당하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 영화는 최근 공포 영화 중 가장 충격적인 엔딩신을 선보인다.
 낮을 싫어하고 피에 굶주려 있는 전형적인 흡혈귀가 나오지만 영화는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 영화의 전형을 따르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마을을 뒤덮은 눈의 눅눅함과 긴 겨울밤의 어둠은 공포의 도구라기 보다는 세상과 격리된 소년, 소녀의 만남이 시작되는 매력적인 배경이다.
 영화의 제목은 인간이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하지 않으면 인간의 영역에 침입할 수 없는 뱀파이어의 규칙인 동시에 소외된 주인공들이 힘들게 소통을 시작하는 순간을 뜻한다.
 15세 관람가.
 /남현정기자 nhj@hidomin.com
 


 
주말영화소식
 
박쥐, 엑스맨 제치고 예매율 1위… 정상차지하나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박쥐’(감독 박찬욱)가 지난달 30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주요 예매사이트 1위를 석권하며 정상으로 날아오를 채비를 마쳤다.
 흡혈귀가 된 사제가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박쥐’는 독창적인 이야기와 영상미로 호평받고 있으며 송강호, 김옥빈의 파격적인 연기로도 화제가 되고있다. `박쥐’는 상당히 높은 예매점유율로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43.4%, 인터파크 40.7%, 맥스무비 29.1%로 1위를 차지했으며 언론에 계속 제목이 오르내리는 덕에 현장에서도 무난히 관객 발길을 잡아끌 것으로 전망된다.
 휴 잭맨이 방한해 훈훈한 팬 서비스를 펼쳤지만 `엑스맨 탄생:울버린’의 인지도는 `박쥐’에 미치지 못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액션 블록버스터치고는 낮은 10%대의 예매점유율로 2위를 차지해 개봉 첫 주말 1위를 노리기에 힘이 부친다.
 유쾌한 웃음으로 관객들의 시름을 덜어준 코미디 `7급 공무원’은 쟁쟁한 신작들의 공격으로 수세에 몰려 1주일 만에 정상을 내어줄 위기에 빠졌다. 다만, 예매율로는 신작 `인사동 스캔들’보다도 높은 3위를 유지하면서 코미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5월 1일 노동절과 5월 5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를 앞두고 지난달 30일 가족 영화 여러 편이 개봉된다. `리틀 비버’는 개그맨 이경규가 수입해 유재석, 김구라, 김동현 등 스타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동물 영화이며, `케로로 더 무비:드래곤 워리어’는 인기 캐릭터를 앞세운 애니메이션이다.
 또 초콜릿을 법적으로 금지한 이상한 나라에서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애니메이션 `초코초코 대작전’도 1일 개봉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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