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때가 와… 나만을 위한 무대로 외출하려 해
나이 먹었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걸 느껴
새로운 일에 몰두하니 에너지 충전되는 것 같아
“모든 건 순리대로예요. 5월 가정의 달이 될 때마다 수차례 제안을 받았지만 부모님이 투병 중이어서 응하기 어려줬죠. 이제 때가 왔어요. 34년 만에 저만을 위한 무대로 외출합니다.”
1979년 데뷔한 `효녀 가수’ 현숙이 가수 인생 34년 만에 첫 디너쇼를 여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음달 3일 오후 7시, 4일 오후 6시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 워커힐호텔내 워커힐 씨어터에서 `효사랑 나눔 디너쇼’를 개최한다.
최근 을지로에서 인터뷰한 현숙은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대로 “너무 행복하다”는 말부터 했다.
“사람이 나이 먹었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새로운 일에 몰두하니 세포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에요. 좋은 노랫말만 봐도 기운이 솟고 여러 동료가 참여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현숙은 무대 연출부터 레퍼토리 선곡 등을 손수 준비하고 있다. 늘 자신보다 주위를 먼저 챙긴 그를 위해 이번엔 동료들이 발벗고 나섰다.
현숙의 데뷔곡 `정말로’를 작곡한 김정택 SBS 오케스트라 단장이 연주를 맡고 가수 남궁옥분, 추가열, 배우 김성환, 방송인 김혜영 등이 참여한다.
“추가열은 싱가포르 일정을 취소했고요. 김혜영은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코너 `시골밥상’ 촬영 일정, 남궁옥분은 행사 일정을 바꿨죠. 김성한 씨는 8년간 디너쇼를 했는데 이번엔 자기 공연 대신 절 도와주러 와요. 우정의 무대가 펼쳐질 겁니다. 하하.”
덕분에 무대가 한층 다채롭게 구성됐다.
현숙은 “남녀노소 즐기는 신나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행복, 나눔, 기쁨을 주제로 스토리가 있는 무대로 꾸며진다”고 소개했다.
또 남성 4인조 성악 앙상블 인치엘로와 칸초네로 편곡한 노래를 들려주고 `섬집아기’ `오빠 생각’ `고향의 봄’ 등의 동요를 기타 연주에 맞춰 부른다. `내 인생에 박수’를 부를 때는 텝댄스도 선보인다.
현숙은 “무엇보다 아쉬운 건 부모님이 이번 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아버지는 7년간 치매를 앓다가 1996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14년간 중풍으로 투병하다가 2007년 별세했다. 그에게 효녀 가수란 수식어가 붙은 것도 극진히 부모를 병수발 하는 모습이 세상에 큰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그는 “남들이 효녀가수라고 하는 게 부끄럽다”며 “그때 난 너무 어렸고 몸으로 모시는 게 전부였다. 예쁜 옷, 좋은 음악회나 뮤지컬을 볼 때마다 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해 한스럽다. 그래서 그런 수식어가 민망하다”고 했다.
“1988년`건곤감리청홍백’을 낸 뒤 슬럼프였어요. 1990년대 초부터 서태지와아이들 등의 등장으로 가요계에 새 바람이 불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졌죠. 그런데 1996년 아버지 간호를 하는 제 이야기가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로 나간 후 엄청난 화제가 됐어요. 이후 `사랑하는 영자씨’가 반응이 오며 재기하게 됐죠.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었어요.”
그는 이어 `요즘 여자 요즘 남자’ `월화수목금토일’ `춤추는 탬버린’ 등을 잇따라 히트시켰고 최근 발표한 신곡 `청춘아’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덕분에 1997-2011년 KBS `가요대상’, 2002년 KBS 프로듀서가 뽑은 최고 인기가수상, 2002-2004년 SBS `가요대전’ 10대 가수상을 수상했다.
현숙은 부모에 대한 감사함과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응원해준 이들을 위해 이번 디너쇼 수익금을 사회복지단체에 전액 기부한다.
조금이라도 더 기부하기 위해 공연에 필요한 의상과 소품을 새롭게 장만하지 않고 그간 가수 활동을 하며 사용했던 것들을 `리폼’하기로 했다. 이미 오랜 시간 꾸준히 기부 등의 선행을 펼친 그다운 결정이다.
그는 부모를 간호할 때 가장 어려웠던 일을 떠올려 2004년부터 매년 한 지역에 5000만원 상당의 이동목욕차량을 기증하고 있다. 올해 10년째로 고향인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울릉도, 경남 하동, 강원도 정선, 전남 장흥, 제주도, 충북 영동에 차량을 기증했고 목욕 봉사에 참여했다.
또 고향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수술비, 사랑의 열매 기부 등 다양한 선행을 펼쳤다. 2010년 고향에는 효열비가 세워졌고 어버이날 국민포장, 저축의날 대통령상, 삼성효행 특별상 등 상도 숱하게 받았다.
그는 “이동목욕차량 기증은 무대에 서는 날까지 할 것”이라며 “전국 각 시도에 이 차량을 전하는 게 내 꿈이다. 내 어머니를 목욕시켜준다는 생각으로 애정을 갖고한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김치 한 통 들고 서울에 올라왔죠. 돈 1만원 안 쓰려고 남들 물만두먹을 때 길거리 토스트를 사먹었고 차비가 아까워 걸어 다녔어요. 제가 부자여서 나누는 게 아니에요. 때론 마이너스 통장도 쓰지만 그게 또 채워지더라고요. 나눌수록 제 마음은 부자가 돼요. 정말 행복해지죠.”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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