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으로 안팎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비례대표’에 대해 “내 나이가 77세”라며 부정적이던 그가 자기 손으로 자기 가슴에 ‘금배지’를 달겠다고 스스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1번’에 여성을 배치한 뒤 ‘2번’이다. 사실상 ‘남자 1번’이다. 당 중앙위가 인준을 거부하자 ‘당무거부’로 맞섰다.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으로 김 대표가 금배지를 달면 그는 ‘비례대표 5선’이 된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전 세계에 없는 기네스북에 오를 기록이다. 그것도 여야를 넘나들면서다. ‘선거’라는 그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온갖 특혜를 누리며 4년을 여의도에서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비례대표를 다섯 번이나 하겠다고 나선 그의 배짱이 놀랍다.
만약 김 대표가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비례대표 ‘셀프공천’을 포기하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여성과 장애인과 서민, 중소상공인 대표를 포함시키고 “나는 야당 승리를 위해 무관(無冠)의 대표로 선거에 치중하겠다”고 말이다. 그랬다면 더민주당은 총선에서 폭풍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김 대표의 손에 의해 이해찬 의원 등 ‘친노’가 대거 탈락한 상태다. 김 대표가 사심없이 야당 승리를 위해 뛰겠다고 했으면 유권자들이 더민주당에 몰표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셀프공천’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그가 해온 ‘친노’ 제거와 야당 재건이 크게 상처를 입었다. 김 대표에 의해 공천에서 탈락한 정청래 의원은 “사람들이 염치가 있어야지”라고 질타했다. 한 야당 언론은 ‘셀프공천’으로 “더민주당 의석 10석 쯤 날아갔다”고 개탄했다.
이 밖에도 김 대표가 주도한 비례대표 공천은 동네북이다. 그가 비례대표 1번으로 확정한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주인공이다. 박 교수는 2004년 11월 한국수학교육학회지 43권4호에 ‘한국 중국 일본의 학교 수학 용어 비교 연구’라는 논문을 기고했다. 이 논문은 같은 대학 수학교육 전공과정 정 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과 구성 및 내용이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선 안정권인 A그룹 후보에 포함된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2012년 자신의 아들이 비리 방산업체에 근무해온 사실이 드러나 ‘불명예 퇴진’한 케이스다. 특히 박 전 총장은 총장으로 재임 중 아들이 비리 방산업체에 재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문에 이름을 올리며 문재인 후보에 대해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전략과 종북 좌파적 국가안보정책을 표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한 사실도 있다. 심기준 강원도당위원장은 시민단체들이 선정한 20대 총선 낙천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고,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야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후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대표가 ‘셀프공천’으로 다섯 번째 금배지를 달면 그는 20대 국회에서 당내 최고 다선·중진 의원이 된다. 최다선인 이해찬(6선)의원과 여성 중진 이미경(5선) 의원이 그의 손에 의해 물갈이 됐기 때문이다. 남은 중진은 종로에 출마한 정세균 의원(5선)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의원(5선) 정도다.
김 대표의 ‘셀프공천’으로 그가 ‘킹메이커’가 아니라 바로 대권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설(說)이 파다하다. ‘친노’를 대거 탈락시키고 김 대표와 가까운 인물을 상당수 공천함으로써 당내에 형성된 ‘김종인 사단’을 앞세워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비례대표 5선’을 위해 ‘셀프공천’한 김 대표가 놀랍다. 그러나 ‘셀프공천’으로 김 대표는 금배지를 달 수 있겠지만 더민주당은 선거에서 피해를 입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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