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3월 25일은 ‘제1회 서해 수호의 날’ 이었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거행됐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 희생자들을 기리고 북한의 위협에 대한 안보 결의를 다지기 위한 행사다.
기념식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참석했다. 새누리당은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의 ‘옥새(玉璽) 반란’ 때문이다. ‘안보정당’을 표방한 새누리당의 얼굴이 말이 아니다. 더민주당은 “당 대표가 다른 사람이라도 보내는 게 보수 안보 정당의 도리”라고 했고, 국민의당은 “공천 싸움에 호국 영령을 기리는 행사까지 내팽개칠 수 있는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더 심한 욕설을 먹어도 싸다.
김 대표 ‘옥새 반란’은 ‘대권 승부수’라는 게 측근들 설명이다. 박 대통령의 공천 독주를 막아 김 대표의 ‘존재’를 부각시킴으로써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뜻을 받든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이재오·유승민 제거와 ‘친박 내리꽂기’로 말미암은 민심 악화를 간파하고 ‘소신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자평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전문가들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유승민·이재오 지역에) 무공천하려면 최소한 23일 발표했어야 했다. 김 대표 때문에 공천이 취소된 후보들은 무소속 출마도 못 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지만, 김 대표의 ‘반란’ 때문에 후보등록 기회를 놓친 서울 은평을 유재길, 대구동을 이재만 후보가 피해자다. 두 후보는 김 대표 고소를 공언하고 있다. 두 후보가 선거운동에 투입한 선거비용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김 대표는 곤란해진다.
김 대표가 ‘옥새 반란’으로 대권에 좀 더 접근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뭘 결정해놓고 ‘30시간’을 넘기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결단력과 추진력이 부족한 김 대표가 옥새를 들고 부산 영도다리로 달려가고 유승민·이재오 후보를 구하는 데 앞장섬으로써 ‘30시간 소신’이라는 모욕적 손가락질은 모면할 계기를 마련한 건 사실이다. 또한 유승민·이재오 두 중진의 잠재적 지원을 확보한 측면이 없지 않다. 앞으로 대권경쟁에 나서면 유·이 두 사람은 당 밖에서 김 대표의 원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 대표는 ‘친박’의 공적(公敵)이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김 대표는 2년 전 ‘상하이 개헌 발언’, ‘유승민 원내대표 옹호’ 등으로 박 대통령의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파동은 박 대통령의 마음을 싸늘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레이저 시선’ 속에 대권경쟁을 벌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정치 역량의 한계까지 드러냈다. 새누리당 지도체제는 ‘대표’ 단일지도체제가 아니다. 최고위원 합의체다. 그런데 김 대표는 당 공관위가 확정한 공천안 가운데 일부가 마음에 안든다고 ‘대표직인’을 “못찍겠다”고 버텼다. 지도체제를 붕괴시킨 것이다.
더구나 김 대표가 애초 공천 재심을 요청한 지역은 6곳이다. 그러다 후보등록 직전 그는 6곳 가운데 3곳(대구동갑 정종섭·달성 추경호·수성을 이인선)을 양보하고 3곳을 무공천하자고 물러섰다. 이재오·유승민 지역과 서울 송파을이다. 김 대표가 애초 ‘6곳’의 무공천을 요구하다 3곳을 양보한 것은 박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정종섭·추경호 후보가 박 대통령 정부에서 각료를 지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가 자의적으로 6곳→3곳으로 정하는 바람에 후보등록조차 하지 못한 3명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김 대표 ‘반란’은 두고 두고 후유증을 남기게 생겼다. 보수층에서는 “김 대표가 ‘옥새 쿠데타’로 더민주당 김종인의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을 살려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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