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光州에 못 가나 안 가나
  • 한동윤
문재인, 光州에 못 가나 안 가나
  • 한동윤
  • 승인 20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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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여야 지도부는 4·13 총선에 정치적 장래가 걸려 있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에게는 선거결과가 다음 대권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차기 주자들이 총선에 ‘올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전국을 안마당처럼 휘젓고 있다. 반면 더민주의 문 전 대표는 한쪽 발이 묶인 듯 행보가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누구보다 전국을 누비고 다녀야 할 문 전 대표가 ‘호남’(湖南)에는 발을 들여 놓지 못한 채 주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바 호남의 ‘반 문재인 정서’ 때문이다.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에서 문 전 대표를 헐뜯기 위해서 제기한 게 아니다. 문 전 대표가 몸담은  더민주 내부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남의 정서가 안 좋다”며 호남 지원 유세를 말리고 있는 것이다. 대권주자로서 갈 길이 바쁜 문 전 대표로서는 갑갑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 정도가 아니다.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원 유세’ 의욕에 김종인 대표는 “호남 분위기가 안  좋다”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지원 유세에 호남이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자칫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나아가 친노와의 충돌 가능성까지 없지 않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작심하고 문 전 대표에게 (호남)지원 유세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전날까지 문 전 대표 지원 유세에 대해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지만 지난 1~2일 호남을 돌아본 뒤 호남의 문재인 거부 정서를 확인하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돌아다닐수록 호남 여론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전국의 호남 출신 유권자가 850만 명인데 그 도움이 없으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우니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수 대변인은 “비례대표 순번을 뒤집은 중앙위원회 이후 호남 민심이 다시 안 좋아졌다”며 “그런 상황에 문 전 대표가 수도권을 돌며 주목을 받으니 호남에서 ‘도로 문재인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내가 호남 유세를 다니면 좋아하지 않을 거란 말은 호남 민심이 아닐 것”이라며 “호남 후보들의 요청이 있고 내가 도움이 되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말했다. 측근들도 “수도권 접전지부터 지원한 뒤 호남 일정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호남 땅을 밟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 문재인 정서’가 당내에서부터 분출했기 때문이다. 광주 북갑 더민주 정준호 후보는 3일 ‘문재인 대선 불출마’를 요구했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에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민주당 뿌리를 흔든 문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고 결정타를 날렸다. 정 후보는 문 후보 불출마 관철을 위해 광주 5·18민주묘역에서 민주광장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광주 선대위 임택 공동위원장도 4일 “광주지역 총선 후보 8명 중 문 전 대표 지원 유세를 요청한 후보는 한 명도 없다”며 “요청이 없는데 (광주에)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방문 사절’이다.
 결정타는 문 전 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양향자 광주 서을 후보한테서 나왔다. 삼성전자 첫 여성 상무 출신인 양 후보는 지난 2일 광주 서구 풍암동 풍암저수지 앞 유세차량에서 양 후보 입당 당시 문 전 대표가 격려하는 영상이 나오자 참모들에게 “저거(문재인 영상) 자르라고 하세요, 지금”이라고 지시한 것이다. 유세차량에 오른 양 후보는 “경로당에 가면 ‘집(양 후보)을 찍어 주면 문재인이 온담서’하는 분들이 있어요. 내가 미쳐…”라고 했다. 그는 반 문재인 정서를 피부로 확인하는 중이다.
 더민주당이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3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호남 목표 의석은) 전체 석권”이라며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20석 이상을 예상한다”고 큰소리쳤다. 갈길이 먼 더민주와 문재인 전 대표가 다급해졌다. 선거에 이겨도 져도 그 책임을 뒤집어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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