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중국내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지배인 1명, 여성 근로자 12명)이 집단 탈출, 귀순한 데 이어 북한 정찰총국 소속 대좌(한국군 준장과 대령 사이 계급)가 2015년 말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이 더 있으며, 아프리카에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이 부인, 두 아들과 함께 역시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김정은 체제를 저주하며 자유를 찾는 발길이 북한 중간계층에서 고위층까지 줄을 잇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 정찰총국 대좌의 귀순은 빅 뉴스다. 정찰총국은 북한 인민군 사이에서 ‘586부대’라 불린다. 대남공작과 대남테러 총본산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2013년 ‘3·20 사이버 테러’ 등 온갖 대남도발을 일으킨 주범이다. 지금은 천안함 폭침의 원흉 군부 강경파 김영철이 이끌고 있다. 그 정찰총국의 ‘엘리트’가 서울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정찰총국’은 김정일 작품이다. 김정일은 1994년 김일성이 죽은 뒤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노동당 대신 국방위원회를 중시해 이를 통해 북한을 지배했다. 김정일은 급사하기 전인 2009년 2월, 대남공작을 수행하는 노동당 대외연락조사부, 작전부 등을 인민군 총참모부 소속 정찰국과 통폐합해 ‘정찰총국’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정찰총국은 국가안전보위부와 함께 양대 권력기관으로 부상했다. 북한 정찰총국은 제1국(작전국), 제2국(정찰국), 제3국(해외정보국), 제5국(대화조정국), 제6국(기술국), 제7국(지원국)으로 조직돼 있다. 그 산하에 사이버 전력을 담당하는 110연구소, 대남간첩을 지원하는 128연락소, 198연락소, 314연락소, 448연락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 분석이다. 군사도발, 간첩 침투, 남한내 고정간첩 관리 등 대남 공작의 모든 것이 정찰총국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고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 등 고위급 탈북자들은 “남한이 지금까지 피라미만 잡았지, 지도원급이나 ‘선생’은 잡힌 적이 없었다”고 진술해 왔다. 탈북자들이 말하는 ‘선생’급 간첩은 불법폭력시위나 반정부 활동을 하기 보다 청와대, 여당, 정부부처, 군, 정보기관 내부에서 활동하는 ‘거물’을 말한다. 인민군 대좌가 총정찰국의 1국, 2국, 3국, 5국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 일했어도 북한이 지난 60년 동안 꽁꽁 숨겨 둔 한국 내 고정간첩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정찰총국 대좌가 한국에 온 것은 맞다”면서도 “더 이상의 설명은 할 수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귀순 사실 공개를 야당이 물고 늘어지고 있다.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북풍’(北風)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한 언론은 “청와대 지시로 식당 종업원 집단 귀순이 공개됐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집단탈북 사실을 신속하게 공개한 것은 직장 동료가 집단으로 탈북한 사실이 굉장히 이례적이고, 젊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여 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기 때문”이라며 “대북제재 국면에서 이런 현상이 나왔다는 것이 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리 정부 및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밖으로부터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외부의 ‘반 김정은’ 바람은 북한 내부의 균열, 나아가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야당이 이를 ‘북풍’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런 ‘북풍’이라면 얼마든지 불어와도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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