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손학규의 선택은 왜 다른가
  • 한동윤
문재인과 손학규의 선택은 왜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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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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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2년 전 7·30 수원병 보궐 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낙향하기로 결심하고 부인 이윤영씨와 함께 전남 강진 다산초당 인근 백련사 뒷산 16.5㎡ 남짓한 토막으로 거처를 옮겼다. 스님들이 사용하다 비워둔 곳이다. 인터넷 연결도 되지 않는 곳이다. 2008년 총선 때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 낙선한 뒤 2년간 춘천에 머무른데 이은 두 번째 ‘낙향’이다. 그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걸었던 옛길을 걸으며 마음을 다스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고문을 저잣거리로 불러내려는 시도는 많았다. 선거 때만 되면 그를 선거판에 밀어넣으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다. 4·13 총선 때는 말할 것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하루가 멀다하고 그에게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강진으로 찾아갔을 정도다. 그는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손 전 고문의 극기에 가까운 절제와 칩거가 ‘정계은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감을 확장시킨 셈이다.
 문재인. 그는 지난 8일 광주를 방문해 “광주시민 여러분,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습니다.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광주에서 국민의당에 지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선언이다. 광주에 오면 더민주당 표를 까먹는다고 후보들이 아우성쳤지만 기어코 광주땅에 들어가 내놓은 읍소(泣訴)다.

 호남 선거 결과는 국민의당 압승, 더민주당 참패다. 전체 28석 중 국민의당이 23석을 얻었고 더민주당은 3석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이 2석을 얻었다. 더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다를 바 없다. ‘광주’에서는 더민주당이 8석 모두 전멸했다. 분당되기 전 호남 의석은 더민주당 29석이었다. 정당득표율도 국민의당 46%, 더민주는 29.5%다. 문 전 대표가 광주에서 “광주시민 여러분,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이라고 한 발언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장점은 진정성 있는 모습이다. 거짓말 할 것 같지 않은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다. 그래서 그의 광주 선언은 무겁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총선에서 더민주당이 승리하자 만면에 웃음을 띠고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광주 민심이 더민주당을 심판했어도 광주가 자기를 버렸는지 더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측근들은 “호남에서 참패했지만 수도권 압승을 비롯해 좋은 성과를 거둔 만큼 문 전 대표의 정계 은퇴나 대선 불출마는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유권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자 두 차례 지방으로 낙향해 그 의미를 곱씹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2년 전 전남 강진 은둔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현실정치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실 정치인들로부터 끝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일종의 ‘은둔정치’의 새로운 버전인 셈이다. 그는 선거에 나서면서 문 전 대표처럼 정계퇴진이나 대선불출마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낙선하자 조용히 짐을 꾸렸을 뿐이다.
 반면 문 전 대표는 “광주시민 여러분,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습니다.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겠습니다”라고 했다. 너무나 구체적이다. 그래서 광주시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그 발언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보는 정반대다.
 전남 순천에 출마해 낙선한 더민주당 노관규 후보는 낙선한 뒤 SNS에 문 전 대표의 순천 방문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선거 마지막 날 문 대표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다”면서 “여수·광양에 오셨는데 어떻게 순천만 오지 말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이게 제 운명”이라고 했다. 노 후보는 순천시장을 지내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위협적인 도전자였다. 그러나 낙선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꼭 읽어봐야 할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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