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Scarborough Shoal·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 대한 중국의 인공섬 건설준비 움직임에 미국이 우려를 표명하며 주변해역 순찰을 검토중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라오스 아세안 관련 회의 등이 마무리되자마자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공세를 다시 강화하면서 미중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네이비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필리핀과 공동 순찰을 진행해오던 미 해군이 최근 스카보러 암초 해역에 대한 순찰에 나설지를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 중화권 언론은 8일 중국과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미 해군이 실제 순찰에 나설 경우 현재 이 해역에 해경선과 함께 준설선, 바지선 등 10척의 선박을 집결시켜놓은 중국과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앞서 지난 5일 아사히, 요미우리 등 일본언론은 스카보러 암초에 중국 배 10척이 모인 사실을 필리핀 공군이 확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전날 중국 대사를 소환해 스카보러 암초에 출현한 일단의 중국 선박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당국은 현재 중국이 스카보러 암초를 인공섬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으나 중국의 인공섬 건설 준비에 무게를 두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입수한 영상으로는 중국이 아직 준설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이미 준설선과 바지선이 출현한 것으로 미뤄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이 암초에 인공섬에 이어 군사기지를 건설할 경우 스카보러 암초에서 약 220㎞ 떨어진 미국의 군사거점 필리핀 수비크만에 주둔 중인 미군에 상당한 전략적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전했다.
중국은 2012년 필리핀 함정과 대치 끝에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내에 있는 이 암초에서 필리핀을 밀어내고 점거한 이후 단계적으로 이 암초 해역에서 영유권 강화를 위한 행보를 진행해왔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중국의 이런 단계적 움직임은 과거 중국이 다른 인공섬을 건설했을 때에도 나타난 바 있다"면서 "중국이 자국에서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남중국해 대처방식을 적극적 공세전략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일대의 암초, 환초에 준설, 매립공사를 통해 모두 7개의 인공섬을 건설하고 인력을 상주시키며 등대, 활주로, 군사기지 등을 건설해왔다.
특히 중국이 추가로 인공섬 건설을 준비하는 스카보러 암초는 중국이 점거중인 암초 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하면서 기존 인공섬 파라셀(중국명 시사<西沙>·베트남명 호앙사)군도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永興島>), 스프래틀리(난사<南沙>·쯔엉사) 군도 피어리 크로스 암초(융수자오<永暑礁>) 등보다 훨씬 필리핀에 가깝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2010년 이후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충돌과 대치 등 45건의 분쟁 가운데 중국 해경선이 연루돼 있는 것은 30건에 달한다며 남중국해 활동을 늘리고 있는 중국측에 대부분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니 글레이저 CSIS 연구원은 "해상분쟁에 대한 법률집행 과정에서 중국은 정반대의 행동 패턴을 보인다"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분쟁 상대국의 작은 해경선이나 어선을 추격하며 괴롭히거나 항행을 가로막고 들이박는 행동들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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