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임시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됨으로써 삼성에 8년 만에 공식적인 사주 경영체제가 다시 출범했다.
이 부회장은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퇴진한 이후 처음으로 총수일가의 구성원으로서 등기이사직을 맡았다. 한국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이재용 체제’ 구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한국 특유의 재벌 기업 오너 경영체제의 빛과 그늘 때문이다.
소유주가 경영을 주도하는 기업은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 재벌 총수들은 독단적인 황제 경영으로 부도덕성을 노출했을 뿐 아니라 기업 위기를 초래한 전례가 적지 않았다.
비등기 임원은 경영 관련 의사 결정을 하되 책임은 지지 않지만, 등기이사는 회사와 연관된 민·형사 사건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가 사주의 책임경영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붙는 이유다.
책임경영을 위한 기업 소유주의 등기이사 의미는 작지 않다. 그러나 등기이사 등재 자체가 기업 경영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오너 경영인이 실제로 자신의 경영 행위에 대해 얼마만큼 책임을 지는지, 그러기 위해 경영을 투명하게하느냐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가 리콜로 끝나지 않고 단종되고, 수조원의 손실로 이어졌는데도 그가 책임론을 비켜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재계가 제시하는 책임경영론의 허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폭넓은 경험을 쌓았고, 실적 반등과 사업재편을 이끄는 등 경영자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였다고 평가해 이사로 추천했다는 게 삼성전자 이사회의 설명이지만 이를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국민은 등기이사의 법적 책임을 운운하는 허울만의 책임경영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주 책임경영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는 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디딤돌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받을 것이다.
이 부회장 체제의 ‘뉴삼성’이 맞닥뜨린 과제는 만만치 않다.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야기된 신뢰 위기, 브랜드 가치 하락을 수습해야 한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 발화의 원인조차 찾지 못해 ‘기술의 삼성’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꾸준히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것은 삼성식 혁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삼성은 치밀한 경영관리와 기술개발로 한국 기업의 선진화에 앞장서왔다. 매출이 300조원대에 이르고,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국가 경제와 삼성의 발전을 위해 이 부회장이 새로운 경영 전망과 지도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연합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