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계획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갈 데까지 가는 것 같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에 이어 소프라노 조수미의 중국 공연이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사실상의 비자 거부 때문이다. 조수미는 2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그들의 초청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한 공연인데 이유도 모른 채 취소됐다. 국가 간 갈등이 순수 문화예술까지 개입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이 크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에 이견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하면 금지선을 넘어도 한참 넘는 것이다.
조수미 소속사인 에스엠아이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공연 취소 과정에 중국 당국의 의지가 개입된 것은 거의 확실하다.
공연 날짜가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비자 발급에 필요한 초청장이 오지 않아 문의했더니 ‘정부에서 거부할 것 같다’는 오케스트라 측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조 씨와 협연할 예정이던 중국 오케스트라 3곳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22일에 공연취소를 알려왔다.
조수미는 자신이 존경하는 마리아 칼라스에게 헌정하는 뜻에서 이번 중국 순회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지난해 중국 오케스트라 3곳이 초청을 약속해 공연팀 구성까지 마치고 비자를 기다렸는데 막판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언제든지 국가 간 이견이 맞설 수 있다. 하지만 순수 문화·예술 활동의 발목을 잡으며 이런 식으로 분풀이를 하는 것은 옹졸하고 미숙한 태도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하다고 세계적인 강대국 반열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사드 사태로 드러난 중국의 ‘민낯’은 정말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중국은 앞서 한류 스타 방송·광고 금지, 한국행 유커(관광객) 축소, 롯데 세무조사, 전세기 운항 불허 등 대중문화·관광·산업 분야에서 여러 건의 보복 조치를 가했다. 대형 폭격기까지 동원해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순수 예술 분야까지 손을 댄 것은 얘기가 많이 다르다. 더구나 조수미와 백건우는 그들도 인정하는 세계적 수준의 클래식 음악가이다. 이러고도 중국이 문화대국을 자칭하면 후안무치일 뿐이다.
중국의 편협한 태도는 미국 등 서방 세계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사드 문제로 한국의 전세기 운항을 중단시키고 한국산 화장품 수입을 금지하고, 한국 음악 불법화 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위선적인 태도를 질타한 매케인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연합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