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뭐길래? 자식에게 고(告)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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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뭐길래? 자식에게 고(告)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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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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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은 유일한 부모의 유전자이자, 탄생의 암호나 퍼즐 같은 존재이다. 너희들은 누구나 태산준령(泰山峻嶺) 같은 예닐곱 고개를 모두 넘어왔단다.

탄생으로 생명의 문을 여는 암호 같은 태명(台命) 고개를 지나고, 바다 같은 어머니의 몸 안에서 수없이 넘어온 배내 고개, 온 가족의 오랜 기다림 속에 엄마의 엄청난 산고(産苦)와 황홀한 탄생의 암호가 시작되는 출산 고개, 생명의 손도장 같은 삼신할미의 삼칠(3주/21일) 고개를 넘어가면, 수없이 반복되는 기저귀 고개와 또 24시간을 업고 업히는 어부바 고개도 넘고 넘어, 환희를 주는 옹알이 고개와 돌잔치 고개를 넘어가면, 이제 세상을 보는 나들이 고개를 부모와 함께 수없이 넘어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부모는 이제 과거다. 너희들이 훗날 부모가 되면 부모의 과거였던 시간이 너희들의 훗날 미래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유전자의 의미다. 수천 년을 이어온 유전자의 긴 행렬이 아닌가? 그때도 ‘공자왈 맹자왈’, ‘선과 악’, ‘꼬부랑 할미’나, ‘아라비안나이트’, ‘아리랑과 쓰리랑 열두 고개’,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 같은 부모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의 내 말이 또다시 수십 년을 이어 부모가 되는 너희들의 옛이야기가 분명히 될 것이다. 부모에게 옛이야기를 들은 너희들은 훗날에 같은 이야기를 하는 부모로 반드시 바뀐다. 부모와 자식 간의 유전자는 곧 과거가 미래로, 미래가 또다시 과거가 되어 미래를 탄생한다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어림잡아도 금전적으로 3억 원 정도는 부모가 감당해야 한다는 초중등과 대학을 거쳐 취업과 결혼, 병치레, 때론 캥거루족 같은 자식들 등등, 돌아보면 부모는 한평생 한시도 자식으로 맘 편한 날이 어디 하루라도 있었던가?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의 ‘젊은이들이 부모를 모실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5% 정도가 ‘모실 생각이 전혀 없다’는 발표가 있었다. 참 씁쓸하다. 강단에 설 때마다 요즘 Z세대, N세대, YOLO(You only, Life once)세대로 상징되는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와 ‘같은 개념’이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를 상징하는 YOLO는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자신의 미래나 남을 위해 자신을 결코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지금 젊은이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 ‘인생은 딱 한번 뿐이니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살 것’. 어느 래퍼의 노래 구절에 등장한 ‘욜로’라는 모토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홍보하는 비디오에도 쓰였다. 즉, 불확실한 미래에 부딪힌 지금의 젊은이들은 저축 대신에 소비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소비패턴은 편의점(CVS)을 절대적으로 선호하여 유통채널과 심지어 경제구조까지도 크게 바꾸고 있다.

종종 지금의 자식들은 참 단순하고 명쾌한 사고로 자신의 미래준비에는 철저하다는 생각에, 문득문득 자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느낌표와 여전한 물음표가 상존(常存)하곤 한다. 이제 자식들의 결혼은 우리 세대처럼 삶의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된 지 오래다. 우리 세대 때 30세 전후였던 결혼적령기가 이제는 40세 전후로 바뀌는 추세다.

자식은 맛있는 것을 먹고 배불러 하고, 부모는 자식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배불러 하지 않는가?.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2분기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해 있는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이다. 2018년 기준 OECD국가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63명이며, 한국은 6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초저출산(超低出産)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오빠와 누나, 형과 동생, 이모와 고모, 손자와 손녀, 삼촌과 사촌이라는 단어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부모는 자식의 무한책임보험계약자인가? 지금의 Z세대와 N세대, 또 욜로 세대는 부모의 말씀보다 인터넷, 유튜브가 더 명확한 정답인 셈이다. 그들의 소통창구와 채널은 이제 거의 다 핸드폰이 아닐까 싶다. 시대의 트랜드가 곧 부모와 자식 간의 가치사슬을 만들기 때문이다.

직업과 결혼, 종교에 대한 편견은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도 있다. 부모와 자식이 만약에 유통될 수 있는 제품(상품)이라면 어떨까?. 경제학자들은 부모는 팔 수 있어도, 자식은 절대 시장에 내다 팔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모보다는 자식한테 얻는 미래가치가 현재가치(시장가격)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합리적인 경제적 기대 효용 가치‘ 때문이 아닐까?

지난주에 기획재정부 등 범정부 인구정책TF(테스크포스)는 인구구조 변화 4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고령화 대응 산업?제도 설계다. 올해부터 처음으로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 5년 후에는 한국의 노인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노인 연령(65세)도 상향될 전망이다. 서울 노인 10명 중 3명은 ‘치매’, 치매 가능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노인환자 수는 서울 전체노인(138만2,420명) 중 30.2% 수준이다.

그러나 자식들아! ‘지금 너희가 흘린 땀방울은 훗날 너희의 명함’이 된다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을 꼭 명심해다오. ‘예닐곱 고개’도 꼭 기억해다오. 너희들의 ‘선택’과 ‘판단’은 존중하마.

더욱더 큰 소리로 말하고 싶다. ‘자식들아!, 너희들은 늙어봤나? 우리는 젊어봤다!’고….
김영국 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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