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완전돌봄으로 ‘K-저출생 극복’ 새 장 연다
  • 김우섭기자
경북도, 완전돌봄으로 ‘K-저출생 극복’ 새 장 연다
  • 김우섭기자
  • 승인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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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북지역 합계출산율 0.86명
자연감소 인구 1만5100명 ‘전국 최다’
경북도, 올해 저출생 비상 체제로 전환

돌봄·주거 중점 35개 정책패키지 발표
초등생 이하 ‘온종일 완전 돌봄’ 선보여
심야 돌봄·조기퇴근 돌봄 등 시범 시행

가족친화 주거 서비스 제공에도 집중
양육 친화 공공임대주택 등 수요 대응
보육 휴가 등 모범적 직장문화 조성도

지방정부 중심 저출생 대책 마련 절실
도, 정부에 ‘완전돌봄 특구’ 지정 요청
국가 균형발전 등 정부 해결 지속 건의
경북도 2.21 저출생과 전쟁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경북도 2.21 저출생과 전쟁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저출생과의 '전쟁' 전면전 돌입

저출생으로 대한민국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 출생아수 23만명을 기록했으며, 특히 지난 4분기는 0.6명대(0.65명)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전국 시도 가운데 합계출산율‘1’을 넘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2018년 1명대가 무너진 후 하락 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OECD 38개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해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진다”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경북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86명이지만, 각종 인구 지표 수치들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22년을 기준으로 22개 시군 가운데 15개 시군이 인구감소 지역에 속해있다. 사망자수에 출생아수를 뺀 숫자인 자연감소 인구는 1만5100명으로 전국 최다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 등 정부 차원의 대응에도 상황은 오히려 심각해져만 갔다. 이렇게 된 데는 그 원인이 ‘수도권 병’, ‘교육 시스템’ 등에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나 교육 등을 위해 수도권으로 몰려가는데, 수도권에서는 높은 집값과 과도한 교육·취업 등 청년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불안감을 겪게 되고 이에 따라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엔 국가 구조의 대개혁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경상북도는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직접 나서게 되었다. 올 초 전쟁본부를 출범하고 비상 체제로 전환한 후, 지난 2월 20일 ‘저출생과 전쟁’을 공식 선포했다. 그만큼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매우 심각하다는 의미다.

전 직원, 전문가,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한 끝장 토론, 현장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찾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육아’와 ‘주거’이 2가지에 주목했다.

이에, 경북이 주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전략 수립에 빠르게 착수했다. ‘돌봄’과 ‘주거’대책 등을 중심으로 총 35개 패키지 정책으로 이뤄진 ‘경상북도 저출생과 전쟁 전략 구상’을 발표했다. 초단기-단기-중기-장기 등 단계별로 구분되어 △온종일 완전 돌봄 △안심 주거 △일 생활 균형 △양성평등 등 4개 분야의 과제를 제시했다.


▲저출생과 전쟁 전략과 실행과제 주요 내용

경북도는 지난 2월 20일 저출생과 전쟁 전략 구상 발표 후 2주 만에 72개 세부 실행계획을 내놨다. 유례없는 속도전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조기 추경 △조기 시행 △조기 체감 등 속도감 있는 실행을 강조하면서, 빠른 정책 가동을 지시했다. 지난 3월 7일 열린 정책 실행과제 보고회에서 이철우 지사는 “국가 존립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정책 집행의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경상북도는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라면 온종일 어디서든 돌봄이 가능하도록 ‘온종일 완전 돌봄’모델을 선보인다. 예전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함께 아이를 키웠던 것을 21세기 공동체 돌봄 모델로 ‘우리 동네 돌봄 마을’을 제시했다.

전문교사, 자원봉사자, 대학교 실습생, 소방·경찰관 등의 ‘돌봄공동체’가 7시부터 24시까지 아이들을 보살피게 된다.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이 연령별로 아이들을 돌보고, 안전·먹거리·이동·교육 등을 지원하게 된다. 또 경상북도와 경상북도교육청이 전 분야에서 협업하는‘경북형 학교 늘봄’을 통해 수요자 맞춤형 늘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선진국 아이들은 오후 시간이 되면 부모와 함께 노는 게 일상인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에 다니는 초등학교 1~2학년 부모에게는 ‘조기퇴근 돌봄’도 시행한다. 참여 기업에는 운전자금 지원, 공모 우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근로자에게는 육아 단축근무에 따른 급여 손실 구간을 지급하는 등 양방향으로 지원한다.


또 야간과 같이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아이돌봄서비스, 24시 어린이집 등 ‘심야 돌봄’도 제공한다.

경상북도가 주력 과제로 꼽은 ‘우리 동네 돌봄 마을’과 ‘조기퇴근 돌봄’등은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해 조만간 현장에서 시범 시행될 계획이다.

주거는 단기적으론 정부의 주택공급 자금 지원과 연계해 대출이자 및 월세 지원 등 주거비 부담 완화와 가족친화 주거 서비스 제공에 집중한다. 동시에 중기적 관점에서 양육 친화형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인프라 조성을 통해 주택 수요에 대응한다. 이중 임대주택의 경우는 이철우 도지사의 지시로 구체적인 로드맵이 진행 중이다.

경상북도는 ‘신혼부부 임차보전금 이자 지원’과 ‘청년 신혼부부 주거 안정 월세 지원’ 등은 구체적인 수요와 지원 규모가 정해지면 빠르게 집행에 나설 계획이다. 756세대의 양육 친화형 공공임대주택은 올해 건설 기술심의 등 사전절차에 들어가고, 5개 시군에 지역 밀착형 공공임대주택 200호를 공급한다. 이후 나머지 시군과도 협의를 통해 추가 수요에는 순차적인 주택공급 확대로 대응한다.

또한, 모범적인 직장 문화 조성에도 나선다. 아이 동반 근무 사무실 운영, 자녀돌봄 친화 근무제 시행 등을 통해 양육 친화 문화 확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특히 아이 동반 근무 사무실, 전국 최초로 아빠 출산 휴가 한 달, 보육 휴가 등 즉시 실행 가능한 것은 도청부터 먼저 선도적으로 시작해 시군·기업 등으로 점차 확산 속도를 높여 나간다.

저출생과의 전쟁에서 정책 집행 속도와 전력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반기부터 정책이 현장에서 구현되도록 올해 중 모든 정책을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또 추경·기금·성금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투입하고, 전쟁자금으로 도민 1인당 1만원 이상 성금 모금 운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청년, 결혼, 취업, 육아 등 부담을 지우는 각종 사회적 관행 해소를 통한 저출생 극복을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확산해 국민 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아이가 있는 삶이 개인을 얼마나 더 행복하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전 사회적 합의를 이끌고, 인식을 다르게 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도 앞장서 나갈 것이다.
 


경북도 온종일 완전돌봄 업무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경북도 온종일 완전돌봄 업무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경북도 저출생 정책 향후 계획

경북도는 산발적이고 분절된 정책이 아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만들고,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현재 정부 부처별로 흩어진 돌봄 운영 방식은 혼란만 가중하고, 정책 시너지를 내지 못해 제대로 된 돌봄망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 중심으로 저출생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정책 구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경북이 테스트베드로서 새로운 돌봄 모델을 검증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경북을 ‘완전 돌봄 특구’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현장에서 저출생 극복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개선과 제도 정비 등과 함께, 대통령실‘(가칭) 저출생 극복 수석 설치’등 저출생 극복을 위한 국가 대응체계 구축도 포함한다.

아울러, 저출생의 근본적 원인인 수도권 병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 균형발전, 교육 개혁 등 국가 구조 대전환에 관한 장기 과제들도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 나가 줄 것을 지속 건의할 계획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도지사실 문에 부착된 ‘저출생과 전쟁, 변해야산다’ 문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도지사실 문에 부착된 ‘저출생과 전쟁, 변해야산다’ 문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저출생 대응은 현장을 잘 아는 지방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면서, “화랑정신으로 삼국을 통일하고 호국정신과 선비정신으로 나라를 지키고, 새마을 정신으로 10대 강국을 만든 경북이 나서 저출생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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