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필벌(信賞必罰).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이처럼 모든 일에 있어 공로가 있는 사람은 상을 주고, 과오가 있는 사람은 거기에 따른 책임을 지는게 마땅하다.
그런데 요즘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에도 필벌(必罰)이 없다. 당대표,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총선 참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철규 국회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치는가 하면, ‘이대로’ 안주하려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5월 3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는 원조 윤핵관인 이철규 대세론으로 굳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의원에 대항해 출마하는 경쟁자가 없어 단독 추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철규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이번 4월 총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당내에서는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원내대표를 맡아야 야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는 헛소리도 나오고 있다. 야당의 폭주는 국회의원 머릿수로 막는 것이지 대통령 측근 여부가 아니다. 대통령 측근은 국회 표결때 혼자서 100표라도 행사한단 말인가.
홍준표 대구시장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불난집에 콩줍기 하듯이 이 사품에 패장(敗將)이 나와서 원내대표 한다고 설치는 건 정치도의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다”고 직격했다. “이참에 무슨 낯으로 설치고 다니냐?”며 자중할 것을 촉구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차기 당권 도전설 관련, 신평 변호사는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제가 듣기로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가능한 한 연기해 달라는 그런 말을 자기 측근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라고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총선 공천 과정을 통해 한 전 위원장이 수많은 우군을 확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6~7월쯤 열리는 전당대회에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국민의힘으로선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패장(敗將)으로 자숙 대신 2~3개월 만에 조급하게 당권 장악에 성공할 경우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선 오히려 독배(毒盃)가 될 수 있다. 국민들은 처절한 반성이 결여된 패장의 복귀와 이를 용인하는 당에 대해 회초리를 들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동훈 지지자들이 총선 패장에게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종용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2년 후 대선 길목에서 치러질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대선까지 꽃길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총선과 지선을 패한 패장으로서 정치적 사망선고만이 남을 뿐이다.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파가 좌파보다 더 나은건 뻔뻔하지 않다는 건데 그것조차도 잊어 버리면 보수우파는 재기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얼굴에 철판을 두르고 부끄러움을 모르면 천하무적이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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