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본 30대 직장인 A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병명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위염, 위궤양, 위암 정도는 흔하게 들어봤지만 ‘만성 표재성 위염’이라는 무서운 병명에 A 씨는 의사를 찾아가 제대로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건강검진에서 위 내시경을 받고 생소한 병명에 겁을 먹는 이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염이라고 하면 단순히 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양상에 따라, 진행 정도에 따라 위염의 종류는 여러가지로 나뉜다
먼저 A 씨가 진단받은 ‘만성 표재성 위염’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느낌과는 달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한 단계의 위염 중 하나다.
내시경으로 봤을 때 위 점막 표면이 염증 때문에 빨갛게 부어 있는 모습으로 관찰되는데, 속 쓰림 등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치료를 하지 않고 식습관 개선을 통해 경과 관찰을 하면 된다.
‘만성 표재성 위염’처럼 흔하게 등장하는 위염은 또 있다. 바로 ‘미란성 위염’이다.
박형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위의 일부에 상처난 부분이 있다는 것인데 자극적인 음식이나 약물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며 “미란성 위염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하지 않지만 특정 미란성 위염의 경우 위암과의 감별을 위해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하고, 증상이 있다면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위염의 또 다른 종류인 ‘만성 위축성 위염’은 ‘만성 표재성 위염’과 ‘미란성 위염’보다는 진행된 경우로 볼 수 있다.
위염이 반복되면서 위 점막이 얇아지게 돼 혈관이 잘 보이는 상태를 ‘만성 위축성 위염’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이러한 경우 만성적 변화이므로 식습관을 개선하거나 약물 치료를 한다고 해도 호전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며 “또한 다른 경미한 위염에 비해 위암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1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로 경과를 관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관리를 소홀히 해 위염이 반복되는 경우 장상피화생이 발생해 ‘화생성 위염’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장상피화생은 위 상피세포가 덮여 있어야 하는 위의 상피에 염증이 반복되면서 장을 이루는 장상피 모양의 세포가 자라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교수는 “여기서 위염이 계속 반복된다면 향후 위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이 더 증가하게 된다”면서 “만성 위축성 위염이 정상인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6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비해 장상피화생이 있을 경우 위암 발생률이 10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위궤양’은 위 점막이 헐면서 위벽의 점막층뿐만 아니라 점막 하층을 지나 근육층까지 침범한 상태를 말한다. 경미할 경우 식습관 교정을 하며 경과 관찰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약물치료를 즉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궤양을 잘 치료받지 않거나 관리하지 않으면 위산으로 인한 손상이 더 심해져 심한 경우 천공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위궤양의 경우 위암과 구분을 위해서나 헬리코박터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은 위염의 진행 및 악화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암 발생에도 연관이 있다”며 “헬리코박터균이 있을 경우 제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위염이 있을 경우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과 카페인, 음주, 흡연과 같이 상식적으로 위에 좋지 않은 음식들은 줄여야 한다”며 “보통 위염이 있다고 하면 어떤 음식이 좋은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약물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안 좋은 것을 반복하면 결국 다시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표재성 위염처럼 경미한 위염이라고 하더라도 젊은 나이에는 괜찮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위축성 위염 또는 장상피화생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며 “관리를 위해 상식적으로 안 좋은 식습관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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