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썩지 않는 햄버거’ 이슈가 참 많았다. 미국에서 한 소녀가 2009년에 한 햄버거 브랜드 매장에서 구매한 버거와 감자튀김이 들어있는 포장 봉투를 선반 위에 올려두고 잊어버렸다가 10년이 지나도 썩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SNS에 올리며 방부제 때문이라 추측했던 적이 있었다.
미국 알래스카주에 사는 제니퍼 로브달은 6년 전 구매해 사무실 찬장에 넣어둔 햄버거 세트가 곰팡이가 피지도, 부패하지도 않았다며 화학첨가물을 주장하기도 했다. 1989년 한 청년이 햄버거 한 개를 무심코 점퍼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옷장에서 일 년이 지나도록 모양도, 냄새도 그대로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18년간 썩지 않은 햄버거를 유투브에 올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JTBC ‘미각스캔들’에서 이를 다룬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 폭로전문 웹사이트 스노우프스(Snopes)는 이같이 햄버거나 감자튀김이 썩지 않는 이유를 “방부제 때문이 아니라 상대습도가 매우 낮은 환경에서는 음식에 급격한 탈수 건조현상이 일어나 썩지 않을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좀 잠잠해졌다.
사실 매일 즉석에서 조리해 판매하는 햄버거는 보존료 즉,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사용할 필요가 없다. 방부제도 돈이라 패티와 빵을 냉동고에서 꺼내 판매 직전 바로 조리해 제공하므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 김치처럼 배추를 소금으로 절이지 않으면 상해 보관이 어려운 음식은 소금을 써야하지만 냉동 보관이 가능한 음식은 굳이 방부제를 쓸 필요가 없다. 냉동보다 더 확실한 보존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5년 4월 10일 제39회 보건학종합학술대회에서 햄버거 저장실험 결과가 발표됐었다. 패스트푸드 체인 햄버거는 브랜드별로 부패 시작 시기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3~8주 만에 육안으로 곰팡이가 피었다고 한다.
사실 먹기 좋은 촉촉한 상태에서 썩지 않는 햄버거는 없다고 보면 된다. 썩지도 않고 곰팡이도 피지 않는 햄버거는 바싹 말라, 먹기도 어려운 상태다. 즉 매우 건조해 상대습도가 낮은 곳에서 보관되면서 햄버거가 바싹 말라비틀어져 부패를 일으키는 세균도 못 자라고, 곰팡이도 피지 못해, 일 년이고 10년이고 썩지 않는 것이다. 건빵과 육포를 연상하면 된다. 촉촉한 빵이나 고기는 며칠이면 곰팡이가 피고 상해 못 먹고 버려야 하지만 건빵과 육포는 건조된 상태로 잘만 보관하면 몇 년을 먹을 수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앞서 말한 6개 버거 관찰 기사에서의 실험조건은 너무 편차가 심해 객관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보관 스튜디오의 온도는 16~22도로 그나마 일정해 보이는데, 습도가 37~84%로 편차가 너무 크다. 사실 상대습도 37% 조건은 햄버거를 바싹 말릴 수 있고 84% 상대습도는 햄버거를 눅눅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습한 환경이라 실험 장소의 습도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비교 대상 햄버거들의 보관을 일정한 습도에서 해줬어야 객관적 결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울러 빨리 썩고 곰팡이가 빨리 피는 햄버거가 좋은 것인가. 아니면 더딘 게 좋은 것일까.
음식이 썩으려면 부패 세균에 오염돼 있어야 하고 곰팡이가 피려면 곰팡이 포자에 오염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균이 자라 부패가 진행되고 곰팡이가 피는 데는 수분과 온도, 영양분이 필요하다. 즉, 음식과 재료가 청결하지 않아 초기 미생물 오염도가 높고 수분, 온도 등 조건이 맞으면 세균과 곰팡이가 더 빨리 자라 빨리 상하게 된다.
반대로 더디게 상하는 버거는 토마토, 양상추, 양파 등 신선한 채소를 사용하고 세척과 소독을 더 잘해 초기 미생물 오염도가 낮고, 패티도 바싹 굽고, 더 청결한 밀가루를 사용해 고온으로 빵을 빠삭하게 구웠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즉, 과학적 관점에서는 더디게 부패되고 더디게 곰팡이가 피는 버거가 오히려 더 청결하고 안전한 음식이라 볼 수 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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