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저주의 멜로디’는 독립영화계에서 명성을 떨친 김곡·김선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현실사회에 대한 격렬한 비판(자가당착)과 과격한 이미지를 통해 묵시록적인 세계관(고갈)을 담아온 김곡·김선 감독의 영화적 태도는 상업영화에서도 크게 비켜가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재미와 맞물리지 않을 때 상업 영화는 위태로워지기 십상이다. 메시지와 이미지 과잉이 두드러진 `화이트…’는 켜켜이 쌓여가는 공포영화다운 서사적 냉기가 부족하다.
아이돌 걸그룹 `핑크돌즈’의 리더 은주(함은정).
백댄서 출신인데다가 나이마저 많아 멤버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
1위로 승승장구하던 걸 그룹들을 마냥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은주는 어느 날 사무실을 정리하던 중 `화이트’라는 제목이 붙은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다.
비디오테이프 안에 담겨 있던 `화이트’ 뮤직비디오를 본 은주는 묘한 마력에 끌리고, `화이트’를 카피해 자신들의 노래로 발표한다. 노래는 `대박’을 터뜨린다.
그러나 멤버들은 발병하거나 사고를 당하면서 하나 둘 병원으로 실려가고, 이에 이상함을 느낀 은주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언니 순예(황우슬혜)와 함께 비디오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가요계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나이, 외모에 집착하는 아이돌 가수의 현실을 포착하면서 기획사와 스폰서의 유착관계도 들춰낸다.
기획사·스폰서의 유착관계 등 가요계 어두운 단면 고발
메시지 뚜렷, 이미지 화려하나 공포적 서사는 빈약
함은정·황우슬혜 등 배우들 연기는 볼만
메인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아이돌의 서슬 퍼런 현실도 놓치지 않는다.
“가수는 한철 장사” “난 `팬들에게 깔려 죽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나가” “연습만 하면 스타가 되는 줄 알았지 병신같이” “아이돌은 파업 못해” 등 아이돌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대사들도 상영시간 106분간 이어진다.
이러한 아이돌의 불안은 과도한 이미지로 채색돼 있다.
희뿌연 안개처럼 흩어지는 귀신의 이미지, 70-80년대 한국 공포영화를 상기시키는 푸른 조명 아래 등장하는 원혼, 일본 공포영화 `링’의 사다코를 모방한 귀신, `상하이에서 온 여인’(오손 웰즈 감독)의 거울장면을 패러디한 장면 등 이미지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메시지가 뚜렷하고, 이미지가 화려하지만 상대적으로 공포적 서사는 빈약하다.
은주나 멤버들을 조여오는 공포감은 은밀하지도, 충격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간헐적으로 찾아온다. 그 자리를 메시지가 채우는 셈이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다. 함은정은 은주 캐릭터를 평범하지만 두텁게 연기했고, 조연으로서 황우슬혜의 지원도 든든하다. 나머지 조연들의 연기도 튼튼해 영화를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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