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소환원제철로 ‘글로벌 그린철강’ 이끈다
  • 이진수기자
포스코, 수소환원제철로 ‘글로벌 그린철강’ 이끈다
  • 이진수기자
  • 승인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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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인근 해안 41만평 매립해
2033년 세계 첫 ‘수소환원제철’ 준공
향후 2050년까지 2·3기 추가로 건설

기후변화 위기·유럽의 탈탄소 압박에
국내 철강업계 ‘탄소감축’ 도전 가속도
친환경 앞장선 포스코, 제2 전성기 기대

세계 주요국 정부, 수소 전환에 힘 보태
40조 투입 ‘수소환원제철소’ 성공 위해
50년 전 당시 포항제철소 건립 때처럼
정부와 사회 적극지원·공감대 형성 필요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2033년 세계 최초로 포항에 수소환원제철 공장을 준공한다. 사진은 철강산업의 메카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2033년 세계 최초로 포항에 수소환원제철 공장을 준공한다. 사진은 철강산업의 메카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레이철 카슨(1907∼1964)은 1962년 ‘침묵의 봄’을 펴냈다.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으로 일컬어지는 침묵의 봄은 화학 살충제 오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카슨은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이끌어 내며 미국 정부의 정책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촉발시켰다.

침묵의 봄이 출판된 지 무려 62년의 세월이 흘렸다. 세계에 경종을 울린 이 책으로 과연 환경은 그때보다 좋아졌을까. 불행하게도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대량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가 기후위기에서 기후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철강은 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불가피한 산업구조로 타 업종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다.

여기에 최근 탈탄소 기조와 2026년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으로 철강업계의 탄소절감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철강이 타 산업보다 환경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포스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탄소배출 제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50년에 완성되는 탄소중립의 가장 핵심이며 획기적인 방안은 ‘수소환원제철’이다.

세계 유수의 철강사들 보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의지와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한발 앞선다.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의 철강 생산 공정 도표.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의 철강 생산 공정 도표.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포스코가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의 기술 명칭은 하이렉스(HyREX)다. 이는 포스코가 2007년 개발한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수소환원제철은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파이넥스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핵심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를 석탄에서 ‘수소’로 전환해 쇳물을 생산한다.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 제철기술로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한 최고의 해법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세계 최초의 수소환원제철 공장을 건립한다.

포항제철소에 인접한 공유수면 총 135만㎡(약 41만 평)의 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 부지가 턱없이 부족한 포스코로서 바다 매립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최대 수심 18m, 135만㎡ 규모의 바다에 4500만t의 흙을 부어 매립하고 호안을 설치한다. 이후 높이 5m의 매립지 위에 수소환원제철 공장과 각종 설비가 들어선다.

올해 2월 환경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큰 난관을 넘었다.

9월 국토교통부의 인허가 과정이 남아 있으나 통과가 예상돼 큰 차질없이 2027년 호안 축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포항제철소에 연산 30만t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구축(2027년)하고 상용화 검증까지 마치면, 2031년 수소환원제철 1기 착공에 들어가 2033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포항제철소에 세계 최초의 수소환원제철 탄생이다.

이어 2050년까지 2, 3기 수소환원제철이 추가로 건설돼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를 달성한다. 지금의 고로 3기는 완전히 폐쇄돼,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꿈의 제철소 구현이다.

광양제철소는 포항보다 한해 늦은 2034년 수소환원제철 1기 준공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사업비는 포항·광양제철소 각각 20조 원씩 총 40여 조 원이 투자된다.


수소환원제철 공장 조성(1차∼5차) 계획.
수소환원제철 공장 조성(1차∼5차) 계획.

▲포항·광양에 총 40조 원 투입

포스코 김영훈 홍보팀 과장은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의 환경을 위해 포항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을 시작한다”며 “이는 최초의 제철소 건설, 파이넥스 가동 등 포항이 철강산업의 메카이며 포스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해 저탄소제철연구소 신설에 이어 올해는 하이렉스추진반 출범과 함께 1월 26일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했다.

수소환원제철을 놓고 포항과 광양의 분위기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이미 지난해 수소환원제철 부지를 확보한 가운데 주민과 광양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투자 로드맵을 준비해 왔으며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반면 포항은 포스코홀딩스 본사 및 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 설치를 놓고 시민과 포스코와의 갈등, 그리고 대규모 바다 매립에 따른 반발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7개월 정도 늦어졌다.

주민들은 수소환원제철을 짓기 위해 바다를 매립하면 송도해수욕장의 모래유실과 물고기 산란장 파괴 등 해양생태계 오염을 우려했다. 이 문제는 최근 환경영향평가에서 통과됐다.

또 기존 고로 공장을 폐쇄하고 그 부지에 수소환원제철을 건립하면 굳이 해안을 매립할 필요가 없다는 일부 주장도 제기됐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준공 이전에 고로 폐쇄는 곧 철강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연간 최대 900만t의 철강재 공급 부족이 발생하며, 이는 국내 철강 생산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고로를 폐쇄하고 그 자리에 수소환원제철을 짓는데 3년 정도 소요된다.


1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수소환원제철 건설에 따른 바다 매립 (41만평) 대상 부지(붉은색 부분).
1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수소환원제철 건설에 따른 바다 매립 (41만평) 대상 부지(붉은색 부분).

▲부지난으로 바다 매립 불가피

이는 철강 공급난으로 철강을 사용하는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연관산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 포스코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먼저 수소환원제철 1기를 준공한 후, 고로 1기를 폐쇄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거쳐야 생산량 감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이 완료되는 2040년 이후 기존 고로 부지는 그동안 공간 부족으로 투자하지 못했던 여러 설비의 증설 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포항에서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주민공청회를 가졌으며, 향후 주민과의 화합 및 상생차원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희 포스코 탄소중립전략실장은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를 개발하고 단계적인 설비 전환을 통해 2050 탄소중립의 실현 기반을 갖출 계획”이다며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저탄소 요구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정책은 더 이상 기후변화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위기 속에서 출발했다.

인류는 오랫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로 체감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멀지 않다.

온실가스로 지구촌 온도가 상승하면서 곳곳에서 대형산불을 비롯해 태풍, 폭우, 폭설, 가뭄, 지진, 감염병의 팬데믹, 미세먼지 등 재난과 재앙이 닥치고 있다.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지구촌 재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22년 8월 8일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서울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같은 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강타하면서 포항제철소 곳곳이 침수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제철 공정이 전면 중단되는 등 2조 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앞서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 규모 5.4 지진발생으로 공포의 도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추진됐다. 이 제도는 수입자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품목별 탄소함유량에 상응하는 양의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뜻하며, 탄소배출량이 많을수록 수입 시 비용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6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어 대유럽 철강제품 수출국 중 5위를 차지하는 우리나라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럽연합(EU)에서는 2005년 세계 최초로 ‘EU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에 핵심 정책 수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받고 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할 경우 남은 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유도해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철강산업에 있어 온실가스 저감 기술 개발이 미래 생존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은 철강을 국가안보, 경제안보라는 핵심 전략적 자산으로 채택하는 등 철강 경쟁력이 곧 산업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국가적 과제

세계 주요국은 철강의 탄소중립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독일 티센크루프는 2026년까지 연산 250만t의 직접환원제철(DRI)을 사용하는 전환을 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총 전환비용 4조 3000억 원 중 2조 8000억 원의 투자를 승인했다.

스웨덴은 철강기업 사브(SSAB)에 혁신기금 1900억 원 지원으로 그린철강 전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프랑스에서 1조 2000억 원, 벨기에서 4000억 원 등 유럽 각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지원금 84%인 480조 원을 에너지 및 기후변화에 투입해 수소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산업 전반의 탈탄소 전환을 위한 GX(Green Transformation) 정책 수립과 10년 동안 3조엔 이상 투입해 관련 기술개발에 나선다.

우리나라는 3월 11일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 기술 개발사업을 비롯해 차세대 첨단반도체 기술센터 등 10개 사업을 신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대상으로 확정하는 등 뒤늦게 탄소중립 지원에 나섰다.

포스코는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1968년 포항제철소 창립 이후 포스코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강사(14년 연속 1위)로 성장했다. ‘첫 번째 신화’ 창조이다.

이제는 2050 탄소중립 목표로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두 번째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포스코 두번째 신화를 향하여

수소환원제철의 과정은 포스코만의 노력으로 성취하기에는 벅차다. 50여 년 전 정부가 포항제철소 건립에 사활을 걸었던 때와 같이 국가 및 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당시 정부는 제철소 부지조성을 비롯해 철도, 항만, 댐 등 각종 인프라 구축과 철강공업 육성법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오늘날 한국의 철강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바탕이 됐다.

포스코는 과거 고로(용광로) 공법에 의한 쇳물 생산에 이어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한 파이넥스 공장 가동, 그리고 이제는 탄소배출 없는 꿈의 제철소로 불리는 수소환원제철을 위해 뛰고 있다.

이시우 포스코 대표이사는 “하이렉스(수소환원제철 기술) 시험설비 설계 완료, 대형 전기로 기반 고급강 생산 등 저탄소 분야에서 포스코만의 기술력을 확보할 것”이다며 “고객사들과 협력을 통해 안정적 저탄소 연·원료 조달체계를 구축하고 저탄소 체제 전환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고객과 지역사회, 그리고 정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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