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현장 근로자 50대 강모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사고로 실직한 후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3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사고 후유증으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생활고를 겪게 됐고 급기야 휴대폰 요금마저 연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제는 휴대폰 이용이 제한되자 일상생활이 마비됐다는 것이다. 특히 휴대폰을 통한 본인인증을 할 수가 없어 구직 이력서 접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1일부터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를 통해 ‘금융·통신 통합 채무조정’을 실시하겠다고 20일 밝혔다.
금융 연체와 통신 연체는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대출을 오랫동안 갚지 못하면 통장개설, 카드발급 등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어려워져 휴대폰 요금도 내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까지 금융 채무와 통신 채무 조정은 별도로 진행돼 왔다. 이에 신복위를 통해 금융 채무를 조정받더라도 통신 채무는 그대로 유지돼 경제적 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이에 금융위와 과기부 등 관계기관은 앞으로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일괄 조정하기로 했다. 연체자가 통신사에 별도로 채무 조정을 신청하지 않아도,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한 번에 조정해 주는 것이다.
금융위는 통합채무조정과 함께 확실한 재기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오는 21일부터 신복위에서 통합채무조정을 실시하면 상환여력에 따라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한다. 동시에 10년 간의 ‘장기분할상환’까지 지원키로 했다. 예를 들어 연체 통신비가 30만원인 경우 원금 감면 70%를 받으면 갚아야 할 돈은 9만원으로 줄어든다. 9만원을 10년 동안 분할 상환하면 매월 750원씩만 갚으면 된다.
통신 서비스 재개 기준도 낮췄다. 현재는 미납 요금을 모두 납부하기 전까지 통신 서비스 이용이 중지됐지만, 앞으로는 통신 채무를 3개월 이상 성실하게 납부할 경우 완납하기 전이라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일부 회사는 채용 과정에서 휴대폰 본인 인증을 요구하고, 각종 서류 발급에도 본인 인증이 필요한 등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
신용관리, 고용·복지 연계 등 ‘종합지원’도 제공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무조정을 받더라도 실질적인 재기를 위해서는 당사자가 노력해야 한다”면서 “채무조정 이행 중에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3단계 심사’도 마련해 뒀다. 국세청 등 행정기관과 연계해 채무자의 재산과 소득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신복위 심의위원회를 통해 채무 조정의 적정성을 따진다. 아울러 채권자의 채무조정에 동의 절차도 거친다.
금융위는 이번 금융·통신 취약층 재기 지원책을 통해 최대 37만명의 통신 채무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연체액은 약 500억원으로 파악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취약층이 재기할 경우 복지재원 소요 등 사회적 비용도 줄어드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도 못 받을 돈을 탕감해서라도 받는 이점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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