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수 없는 배 - 우석훈 지음 l 웅진지식하우스 l 212쪽 l 1만2000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어언 100일이 지났다.
여전히 실종자가 남았고, 유병언 일가를 상대로 `사상 최대 검거작전’을 폈다는 검찰과 경찰은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아직 갑론을박이고, 대통령까지 사과에 나섰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반도 대운하 등 큼직큼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경제학자로서 적극 목소리를 내 온 우석훈 박사는 신간 `내릴 수 없는 배’(웅진지식하우스) 서문에서 자신이 배를 여러 번 탔던 경험을 언급하며 이렇게 썼다.
“그렇게 배 타는 일에 겁을 안 내는 나도, 제주로 가는 청해진해운의 세월호와 오하마나호는 무서워서 못 탔다. 도저히 식구들을 데리고 탈 엄두가 안 났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말했어야 했다. 그 `내릴 수 없는 배’에 대한 이야기를 더 빨리했어야 했다.”
책은 시종일관 `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가 말하는 배란 말 그대로 세월호 참사 이후 물 위로 드러난 해운업계의 구조적 병폐를 뜻하기도 하고, 큰 의미에서는 민영화 물결에 휩쓸린 한국 자본주의의 은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 두 문제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된 몇몇 인물에게 책임을 묻는 데 집중하는 것은 본질과 거리가 멀다.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을 엄중히 처벌하고, 해양경찰을 해체하고, 유병언 일가를 붙잡아 보상금을 받아내는 `일벌백계’를 보인들 민간기업 전체의 안전관리 수준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떨까.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페리호 침몰사고 이후 정부는 여객선 운항관리를 해운조합에 넘겼다. 저자는 이를 정부가 `앞으로는 책임지는 일은 안하겠다’는 의도를 내놓은 것으로 봤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발표한 국가안전처 신설 방안 역시 저자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재난 현장에서 구경하고 보고만 받을 뿐 어떤 결정도 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청와대가위기관리를 책임지는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세월호 참사로 연안여객 수요가 급감하고, 그 여파로 업계의 경영이 더 악화할 것임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수익을 못 내는 상황에서 승객 안전이 보장되리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정부가 모든 선사를 인수하는 완전공영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거칠게 계산하면 1조원 미만으로 모든 선사를 인수할 수 있으니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작은 선사가 스스로 풀 수 없는 비정규직 문제 등을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만 받아 챙길 우려가 있는 준공영제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제시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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